수출 553억 달러〈 수입 602억 달러 원유-석탄-가스 가격 급등이 원인… “2, 3월에도 무역수지 전망 어두워”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지난달 무역수지 적자가 역대 최대를 나타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행보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여파로 유가와 환율이 함께 고공행진하면서 경기 회복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5.2% 늘어난 553억2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1월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반면 수입액은 지난해 1월보다 35.5% 증가한 602억1000만 달러였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큰 폭으로 늘면서 무역수지는 48억9000만 달러의 적자를 보였다. 직전 최대치였던 2008년 1월(40억4000만 달러)보다 8억5000만 달러 많은 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두 달째 적자다. 2개월 연속 적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이다.
고유가가 이어지면서 2월에도 무역수지 적자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국내에 많이 수입되는 중동산 원유인 두바이유는 지난달 31일 배럴당 88.39달러(현물 기준)로 한 달 새 14.6% 상승했다. 브렌트유도 2014년 이후 처음으로 90달러를 넘어섰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계절적 요인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제 유가의 고공행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한국은 수입에서 유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2, 3월에도 무역수지는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한 달 동안 16.7원 상승해 1200원을 넘으면서 체감 유가가 이미 100달러를 넘어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달 말 기준 국제 유가를 원화로 환산하면 배럴당 10만6554원이다. 이는 2014년 8월 초 이후 처음인데 당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다. 환율 상승을 감안하면 원화로 구입할 수 있는 원유량이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했을 때와 같은 셈이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2일 현재 서울 평균 휘발유값은 L당 1741.44원으로 올랐다. 정부는 4월 말에 종료할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