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윤석열 양자토론 무산 네탓 與 “국정운영 준비 안된 ‘수첩 후보’” 野 “與, 대장동 토론 10분만 하자 해”
설 연휴 중인 지난달 31일 계획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간 양자 토론이 불발되자 양측의 책임 공방이 이어졌다. 양측은 토론 규칙을 놓고 당일 오후까지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결국 토론이 무산된 뒤에도 정치적 유불리 셈법에만 매몰돼 있다는 비판적 시선을 의식한 듯 서로 책임을 미루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토론 불발에 대해 민주당이 토론장 내 자료 반입을 불허하는 ‘무(無)자료’ 토론을 고집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결국 이 후보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추궁을 피하려는 의도가 아니냐고 꼬집었다.
윤 후보는 1일 인천 강화평화전망대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작년부터 (이 후보 측이) 토론을 하자기에 ‘이거는 허세’라 봤다”고 직격했다. 윤 후보는 또 “(이 후보 측이) 토론을 하자고 하기에 과감하게 받아들였더니 주제를 또 ‘대장동 의혹은 10분만 하자’라든지 ‘자료를 들고 오지 말라’고 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생떼’로 토론이 무산됐다며 화살을 돌렸다. 국민의힘이 무자료 토론을 주장하다가 민주당이 이를 수용하자 방침을 급선회했다면서 국민의힘의 ‘말 바꾸기’가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또 윤 후보를 국정 운영의 준비가 되지 않은 ‘커닝·수첩 후보’라고 몰아세웠다.
박주민 선거대책위원회 방송토론콘텐츠 단장은 2일 라디오에서 “(국민의힘에서 먼저) ‘3무(무자료, 무주제, 무형식) 토론’을 제안했는데 (국민의힘이) 갑자기 무자료가 또 안 되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양자 토론이라면 (후보들의) 평상시 준비된 정도가 드러나야 한다”면서 “모든 질문과 답변을 자료를 이만큼 갖고 와서 찾아 읽고, 이런 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박찬대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이 후보와 새로운물결 김동연 대선 후보 간 양자 토론이 성사된 것을 거론하며 “여러 조건을 달고 말을 바꾸며 네거티브만 하겠다고 생떼를 쓴 윤 후보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