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겨울올림픽 D-1]송승환 해설위원이 겪은 ‘황당 입국’
“혹시 한국분이세요? 저 좀 도와주세요.”
지난달 31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首都) 국제공항.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취재를 위해 입국 절차를 밟던 본보 취재진에게 누군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송승환 KBS 해설위원(65·사진)이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 2020 도쿄 여름올림픽 개·폐회식 해설을 맡았던 자타 공인 ‘올림픽 베테랑’인 그의 표정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입국 전 그는 항공사 직원에게 휠체어와 안내 서비스를 요청했지만 항공사 직원의 공항 입장이 승인되지 않아 무산됐다. 송 위원은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 평창 대회 이후 황반변성 등으로 시력 악화를 겪으면서 시각장애 4급 판정을 받았다. 자신의 휴대전화에 가장 큰 크기로 설정한 글씨조차 눈앞 3cm까지 가져와야 겨우 읽을 수 있다. 방송 해설 때 대형 모니터를 눈앞에 둬야 하는 어려움에도 사상 처음 아시아에서 3연속 치러지는 올림픽 개·폐회식을 모두 경험하면서 각국의 문화를 전해주고 싶어 베이징행을 택했다. 그는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했지만 “허용되지 않은 외부인을 공항에 들이는 건 방역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답만 돌아왔다고 했다.
송 위원은 “베이징 겨울올림픽이 끝나면 곧바로 겨울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을 치러야 한다. 휠체어도 안내원도 금지시키는데 대회를 잘 치를지 의문이다. 코로나19가 심각한 것은 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보면 중국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출 준비가 전혀 안 돼 있는 것 같다”라며 씁쓸해했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의 주제가 ‘다 함께 미래로 나가자’다. 송 위원의 입장에선 이 구호가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리지 않았을까.
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