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겨울올림픽 D-1]공항서 음성 받고 전용차량 탑승 시민접촉 차단 ‘폐쇄 루프’ 안에서… 올림픽 관련 확진자 총 232명 춘제 연휴-양회 겹쳐 방역 고삐… IOC “30% 관중 허용” 요청엔 고민 美FBI “개인 휴대전화 쓰지말라”
2일 중국 베이징에서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조직위원회의 한 방역 직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체 채취를 준비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베이징의 한 아이스하키 훈련장에서 스위스 여자 국가대표팀의 훈련 시간 중 스틱에 걸려 있는 마스크. 베이징=AP 뉴시스
콧구멍으로 들어온 면봉이 멈출 줄을 몰랐다. 한국에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수십 번 받았을 때도 느끼지 못한 고통이 밀려왔다. ‘뒤통수까지 닿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가 돼서야 검사원은 면봉을 빼갔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제는 입을 벌리란다. 다시 면봉이 들어와 목구멍을 사정없이 찔렀다. 괴로워 고개를 살짝 돌리기가 무섭게 ‘자세를 고쳐 앉아라’는 불호령이 떨어졌다.
4일 막을 올리는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취재를 앞두고 지난달 31일 도착한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서는 이렇게 엄격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거친 뒤에야 입국 심사를 받을 수 있었다. 숙소에 도착하고 방에서 2시간 정도 대기한 후 검사 결과는 음성이라고 연락을 받았지만 그렇다고 건물 바깥으로 마음대로 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2022 베이징 올림픽조직위원회에서 제공하는 전용 교통수단에 탑승하고 나서야 차창 밖으로 펼쳐진 베이징 시내 풍경을 살펴볼 수 있을 뿐이었다.
중국 정부와 대회조직위는 “이번 올림픽을 ‘코로나19 제로(0)’ 대회로 만들겠다”면서 ‘폐쇄형 루프(閉環)’라고 부르는 방역체계를 가동했다. 대회 참가 선수나 관계자의 동선을 베이징 시민과 완전히 차단하는 방식이다. 베이징 시내에서 약 75km 떨어진 옌칭이나 옌칭에서 다시 75km 떨어진 장자커우로 고속철도를 타고 이동할 때도 올림픽 참가자 전용 플랫폼에서 전용 객차를 이용해야 한다.
게다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경기장 수용 규모의 3분의 1에서 절반 정도까지 관중을 받고 싶다”는 뜻을 밝히면서 중국 정부의 고민도 더욱 커지게 됐다. 베이징 조직위는 지난달 17일 “일반 관중은 받지 않고 초청 관중에게만 입장을 허용하겠다”고 밝혔지만 관중석을 어느 정도 개방할지는 발표하지 않았다. 중국은 6일까지 연인원 30억 명이 이동하는 춘제(春節) 연휴 기간인 데다 올림픽이 끝나면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가 열리기 때문에 코로나19 방역에 고삐를 죌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CNN 등 미국 언론은 미국 연방수사국(FBI)에서 자국 대표 선수단에 “대회 기간 개인 휴대전화는 (베이징에 가져가지 말고) 집에 두고 임시 휴대전화를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고 전했다. 경기 참가에 필수적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포함한 일부 앱이 개인 정보 유출 등에 악용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CNN은 이번 경고가 중국의 첩보 활동 및 지식재산권 절도에 대한 미 안보당국의 우려가 고조된 가운데 나왔다고 덧붙였다.
베이징=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