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백마를 타고 백두산을 ‘군마행군’했을 때 모습. (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작년 8월 비공개로 백두산 일대 삼지연시를 방문한 것으로 뒤늦게 파악됐다. 당시는 북한이 ‘이중기준 철회’ 등을 조건으로 대외 행보에 나서기 직전으로, 김 총비서가 ‘혁명 성지’인 삼지연 방문에서 ‘중대 결단’을 내렸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3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작년 8월 말 삼지연을 방문했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에는 나오지 않은 비공개 일정으로, 정부는 김 총비서가 당시 백두산도 등정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 1일 조선중앙TV가 방영한 ‘위대한 승리의 해 2021년’이란 제목의 기록영화에서 김 총비서가 백마를 타고 질주하는 장면도 이때 촬영됐을 가능성이 있다.
김 총비서는 통치 기간 굵직한 ‘결단’을 내리기 전후 ‘혁명 성지’인 삼지연과 백두산을 찾았다. 주로 연말에 간부들을 대동해 백두산을 행군하는 방식이었다. 지난 2013년 11월에는 삼지연 혁명전적지를 둘러본 뒤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했고 2017년 11월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발사했다. 2019년엔 미국에게 제시했던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의 ‘연말시한’을 앞두고 백두산과 삼지연을 찾았다.
대남과 관련해서는 일방적으로 중단했던 남북 간 통신연락선을 재개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에 긍정적 인식을 내비치는 등 달라진 입장이 눈에 띄었다. 8월 말 백두산을 등정하면서 어떤 ‘결단’을 했을 수 있다는 추측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김 총비서는 작년 11월에는 공개적으로 삼지연을 찾았다. 연말이란 시기와 그해 처음으로 평양 밖으로 나섰다는 점에서 백두산을 등정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지만 관련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북한의 조선중앙TV는 전날 김 총비서의 지난해 주요 행보를 되짚는 기록영화를 방영했는데, 여기서 그가 핵심 의사결정을 나누는 간부들인 조용원 당 비서, 김여정·현송월 당 부부장 등과 백마를 타고 달리는 장면도 의미 있게 부각됐다.
기록영화 상에서는 김 총비서가 여름에 즐겨 입는 흰색 당복을 입고 말을 타고 달리는 장면도 포착돼 촬영 시점이 삼지연시 비공개 방문 때와 겹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