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이 2일 글로벌 부동산리서치 회사인 리얼캐피털애널리틱스(RCA) 데이터를 바탕으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2020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10개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거래액을 분석한 결과 서울이 총 193억2800만 달러(약 23조4000억 원)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3.7% 늘어난 수준으로 서울의 증가율이 분석 대상인 10개 대도시 중 가장 높았다.
전 세계 주요 대도시들은 같은 기간 미국 워싱턴(―53.7%)과 뉴욕(―40.5%), 프랑스 파리(―34.8%), 독일 베를린(―32.3%), 일본 도쿄(―18.8%) 등 서울과 반대의 추이를 보였다. 영국 런던(4.2%)을 제외하면 서울이 예외적인 호황을 누린 셈이다.
빌딩 입주, 강남선 1년 기다리는데… 강북선 임대료 면제 내걸어
서울 오피스 시장에서 ‘강남발(發) 오피스 품귀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스타트업 위주로 핵심 인재 영입과 투자금 유치를 위해 강남권 사무실 수요가 높아지면서 대형 빌딩 공실률이 사실상 ‘제로(0)’로 떨어지는 등 사무실 임차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권뿐 아니라 여의도(영등포구·YBD)와 을지로·광화문(중구·종로구·CBD) 일대까지 합한 ‘서울 3대 도심’의 대형 빌딩 공실률도 이 기간 7.3%에서 5.2%로 떨어지는 등 자연공실률과 가깝게 됐지만 강남권 사무실난이 더 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을지로나 여의도 일대 일부 빌딩은 암암리에 입주 1년 동안 임대료를 면제해주는 일명 ‘렌트 프리’ 계약이 여전한 등 강남권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강남권 대형 사무실 선호도가 높아지는 것은 스타트업 위주로 회사 성장에 필수인 핵심 인재를 영입하고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스타트업이 유치한 투자액이 11조5733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스타트업 상당수가 강남권에 자리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뉴욕이나 독일 베를린 등에서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빠르게 늘며 사무실 수요가 급감한 반면 서울은 재택근무가 완전히 정착되지 못하면서 사무실 수요가 유지된 것으로 풀이된다. 안명숙 루센트블록 부동산 총괄이사는 “투자 자금을 대주는 벤처캐피털(VC)들이 대부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등 강남에 몰려 있어 VC와의 미팅을 위해서라도 강남에 사무실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크다”고 전했다.
강남권 빌딩 매매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1단지와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에 아파트 한 채씩을 보유 중인 김모 씨(62)는 최근 서울 강남에서 50억 원 안팎의 빌딩을 사려고 중개법인을 찾았다. 그는 “아파트 한 채를 팔면 최소 20억 원의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다”며 “매년 1억 원 넘는 보유세를 내느니 주택에서 빌딩으로 갈아타는 게 낫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강남권 대형 사무실 품귀가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올해 강남권역에 신규 공급되는 ‘A급 오피스’ 물량이 5만2283㎡로 지난해(18만2784㎡)의 ‘3분의 1’인 등 공급이 급감하기 때문이다. 올해 준공할 예정인 강남권 물량도 이미 입주 계약이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용준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 운용총괄 상무는 “강남권 오피스는 대로변은 물론이고 뒷골목에 있는 꼬마 빌딩까지 공실이 해소되고 있다”며 “기존 건물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등으로 대형 빌딩 대규모 공급이 이뤄지는 2026년까지 강남 빌딩 수급 불균형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