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 도깨비 깃발’ ‘킹메이커’ 포스터 © 뉴스1
두 대작이 오미크론 직격탄에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내면서 극장가는 더 강한 한파를 겪고 있다. 이런 분위기 탓에 3일 현재까지 이달과 다음달 개봉을 확정한 한국영화 대작은 ‘0편’. 새해 야심 차게 도전장을 내민 ‘해적’과 ‘킹메이커’ 개봉을 끝으로 극장가에서 대작이 실종돼버린 것이다.
지난달 개봉하려던 항공 재난 블록버스터 ‘비상선언’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로 개봉을 연기한 이후 개봉일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비상선언’은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등 초호화 배우들이 출연하는데다 순제작비만 245억 원에 달해 대표적인 한국영화 대작이다.
관객수 기준 역대 박스오피스 20위 안에 이름을 올린 영화 중 15편이 ‘부산행’ ‘명량’ ‘신과 함께’ 시리즈 등의 대작이 다수 포함된 한국영화였다. 한국영화 대작은 관객 발길을 극장가로 이끄는 대표적 유인 콘텐츠인 것. 김시무 영화평론가는 “한국영화 기술력이 할리우드 못지않게 높아진데다 한국영화가 우리 주위에서 일어날법한 일이나 한국인들의 공통적인 고민을 다루며 공감과 몰입도를 끌어올린 결과물”이라며 “가족 단위로 극장을 찾게 할 한국영화 대작 없이는 극장가 분위기가 살아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개봉을 미뤄뒀다가 하나 둘 풀리며 한국 극장가를 점령하는 할리우드 대작도 한국영화 대작들이 개봉일을 택일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다. 2, 3월 개봉을 확정한 영화는 ‘355’ ‘나일강의 죽음’ ‘문폴’ ‘언차티드’ ‘더배트맨’ 등 할리우드 대작이 상당수다. 한 영화사 관계자는 “거액을 들여 빚어낸 대작인만큼 영화 시장 환경이 가장 좋을 때 개봉해야하지 않겠느냐. 울고싶은 심정으로 묵혀두는 것”이라며 “최상의 시기를 노리고 있지만 방역수칙이 언제 바뀔지 몰라 그게 언제일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극장가가 얼어붙자 영화관들은 ‘아이맥스(IMAX)관’ 등 각 영화관이 자랑하는 특수관 활용 전략으로 관객 붙잡기에 나섰다. 영화관에 와야만 할 수 있는 관람 경험을 제공해 관객들이 영화관과의 거리두기를 끝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CGV는 아이맥스관에서 9일 ‘듄’과 ‘덩케르크’ 등 할리우드 대작을 재개봉한다. 4DX관에선 같은 날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이 재개봉한다. 메가박스 역시 9일 ‘듄’을 돌비시네마관에서 재개봉한다.
CGV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5일 개봉해 팬데믹 국면에서도 740만 관객을 모은 ‘스파이더맨: 노웨이홈’의 경우 지난달 2일까지 IMAX관 객석 점유율이 43.9%에 달했다. 같은 기간 일반관 점유율 24.3%을 크게 웃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객석을 50~70%까지만 채울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IMAX관이 관객을 끄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셈이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