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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北 금지선 넘는데도 공허한 ‘평화’ ‘사드’ 공방만 벌인 후보들

입력 | 2022-02-04 00:00:00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서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사진공동취재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4일 긴급회의를 열어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에 따른 대응책을 논의한다. 사거리 5000km의 IRBM은 그 이전 단거리미사일과는 차원이 다른 위협이라는 인식에서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사실상 손놓은 분위기이고, 정치권은 “전쟁 아닌 평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를 외치며 논쟁만 벌이고 있다.

북한 IRBM 도발은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중단이라는 레드라인(금지선) 위를 밟고 섰음을 보여준 무력시위다. 김정은이 2018년 4월 “그 어떤 핵시험과 중장거리, 대륙간탄도로케트 시험발사도 필요 없게 됐다”며 밝힌 모라토리엄을 파기한 것이자, 향후 핵과 ICBM 도발로 한반도 정세를 극한 대결로 몰고 가겠다는 협박인 것이다.

그런데도 여야는 국민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불안 심리를 자극하며 대책 없는 평화론과 섣부른 강경론으로 맞섰다. 여당은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갈라치기로 야당을 공격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실패한 대북정책과 다를 바 없는 공허한 해법을 내놓았다. 야당도 사드 추가 배치를 내세웠지만, 당장 단거리미사일 대응이 시급한 터에 중장거리용 요격미사일을 도입하자는 것은 현실성이 의문시되는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어제 TV토론에서도 야당이 제기한 선제타격과 사드 추가 배치론을 둘러싼 공방만 난무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안보 불안을 조성해 중국과의 갈등을 부추긴다”고 주장했고,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선제타격은 선전포고와 같다”고 했다.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적극적 의지를 천명해야 전쟁을 막을 수 있다”고 맞섰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사드 반대는) 굴욕적인 중국 사대주의”라고 했다.

작금의 안보정세는 여야 후보들 가운데 한 명이 한 달 뒤 당선인으로, 석 달 뒤 대통령으로 마주할 엄중한 현실이다. 북한이 노리는 게 바로 남남(南南) 갈등, 나아가 한미 이간이다. 안보의 정치화, 정쟁화는 북한 술책에 고스란히 놀아나는 꼴이다. 국민 정서에 기댄 섣부른 처방을 내놓기보다는 조만간 닥칠 불안한 미래에 대한 전략적 고민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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