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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김기용]2008년, 2022년 베이징을 바라보는 시선

입력 | 2022-02-04 03:00:00

14년 전엔 ‘세계 속 베이징 각인’ 기대
올해 올림픽 보는 시선엔 두려움 가득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이 오늘 개막한다. 오늘이 지나면 베이징은 2008년 여름올림픽과 2022년 겨울올림픽을 동시에 치른 세계 첫 ‘듀얼 올림픽 도시’가 된다. 베이징 시민들의 자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

하지만 이런 베이징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은 14년 전과 확연하게 다르다. 2008년 베이징은 온갖 가능성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당시 올림픽 개막식은 세계 속 중국의 비상을 선언하는 현장이었다. ‘죽(竹)의 장막’으로 대표되는 오랜 침묵과 은둔의 이미지를 깨고 중국 문화를 세계에 과시했다. 새로운 건축 걸작, 도시의 활력과 즐거움, 예술 행사, 언더그라운드 밴드, 외국에 대한 개방적 태도 등을 한껏 드러냈다.

세계적인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당시를 “새로운 천년의 가장 멋진 광경”이라고 평가했다. 1만5000여 명의 공연단이 보여주는 중국 역사와 문화의 진수는 전 세계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베이징 하늘을 수놓은 폭죽만 54t에 달할 정도였다.

규모도 규모지만 당시 중국을 향한 세계의 시선도 호의적이었다. 2008년 중국은 남부 지역 눈보라 사태가 발생해 참담한 분위기로 새해를 시작했다. 이어 5월에는 쓰촨(四川) 대지진으로 7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국제 사회는 생존자를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중국을 연민했다. 2008년 베이징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호의와 선의, 그리고 중국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했던 것이 사실이다.

14년이 흐른 지금 베이징은 미국에 버금가는 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의 의지를 세계에 과시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베이징을 향한 세계의 시선은 14년 전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중국 정부가 신장 지역에서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을 탄압하고 있다는 점이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이 문제로 미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이 베이징 겨울올림픽 보이콧을 결정했다. 2008년 베이징에는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정상급 인사 100여 명이 방문했다. 이번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포함해 20여 명만 참석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적은 수다.

중국에 대한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케네스 로스 국장은 “중국 정부는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이용해 진실을 숨기거나 끔찍한 탄압을 스포츠로 미화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콩에서의 민주화 요구가 무참히 탄압된 것도 세계의 시선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2019년 200만 명 가까이 모였던 홍콩 시위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불과 2년여 만에 홍콩은 완전히 중국화됐다. 대만에 대한 강력한 군사적 압박도 세계를 두렵게 만들고 있다. 중화 중심주의와 애국주의로 무장한 젊은이들이 인터넷에서 다른 나라를 과격하게 공격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걱정과 두려움이 깃들어 있다.

중국은 이런 국제 사회의 시선을 이해하고 2008년처럼 올림픽을 통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국제 사회의 지적을 무시하고 이번 올림픽을 중국 내부 결집과 시진핑 주석의 장기 집권을 위한 명분 쌓기 용도로만 생각한다면 더 이상 중국의 미래는 없다. 이번 올림픽이 세계의 반목과 대립 갈등만 조장하는 결과를 낳고 말 것이다. 베이징의 두 번째 올림픽이 첫 번째 올림픽의 성과를 희석시키는 오명만 남길 수도 있다.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