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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상장 스톡옵션 1400만주… 기업들 ‘먹튀’ 논란 일까 몸조심

입력 | 2022-02-04 03:00:00

대부분 모빌리티-AI 등 테크기업, 임원 스톡옵션이 주식의 5% 넘기도
“가이드라인 필요” 대책 팔 걷어… “주주가치 훼손 않도록 다각 검토”
일부는 스톡옵션 대상서 임원 제외




상장을 앞둔 기업 45곳에서 임원들이 보유한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이 1400만 주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모빌리티, 전자상거래, 인공지능(AI), 제약·바이오 등의 분야에서 사업을 확대한 테크기업이다. 인재 유치와 동기 부여를 위해 스톡옵션을 주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최근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주식 먹튀’ 논란 등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 위해 불합리하게 행사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의원이 한국거래소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연내 주식시장 데뷔를 준비 중인 상장예비 기업 45곳에서 임원 230명이 보유한 스톡옵션 물량은 총 1423만850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6개 기업의 경우 전체 주식에서 임원 소유 스톡옵션이 차지하는 지분이 5% 이상이었다. 거래소는 지난해 12월 카카오페이 임원 8명이 스톡옵션으로 얻은 회사 주식을 동시에 처분해 논란이 되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한 기업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진행해왔다.

거래소와 금융당국은 특히 올해 상반기(1∼6월)부터 이른바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사)을 포함한 대형 테크기업이 기업공개(IPO)를 진행한다는 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임직원들에게 대규모 스톡옵션을 제공하면서 기업가치를 키운 테크기업들이 상장한 뒤 임직원들이 주식을 대량으로 내다팔 경우 카카오페이와 같은 논란이 또다시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차량 공유 플랫폼 업체인 쏘카는 지난달 6일 이미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했다. 쏘카는 거래소에 임원 13명이 회사 지분 2%에 해당하는 스톡옵션 69만5000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쏘카 관계자는 “상장 후 주주 가치를 훼손하지 않도록 다양한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하지 않은 대형 테크기업 중에선 국내 최초 인터넷은행 케이뱅크가 임원들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한 상태다. 케이뱅크 임원 10명은 지난해 총 175만 주의 스톡옵션을 받았다.

스톡옵션을 둘러싸고 여러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IPO를 준비하고 있는 일부 스타트업은 임직원과 투자자들의 반발을 달랠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신선식품 배송 업체인 컬리(마켓컬리)는 지난달 12일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지급하기로 결정하면서 임원들은 대상에서 아예 제외했다. 임원보다는 일반 직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려는 취지였다. 오아시스(오아시스마켓)는 모든 임직원에게 스톡옵션을 주지 않는다는 방침을 유지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도 기업의 성장을 위해 스톡옵션 제도는 필요하지만 경영진의 주식 처분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의 보완책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보기술(IT) 업계 고위관계자는 “카카오페이 사태처럼 직원들과 투자자를 자극하는 행위가 나오지 않도록 합리적인 ‘룰’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