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 손에 막대한 부 쥐어지는 것의 어리석음 잘 알아” ‘재산 대부분 게이츠재단 기부’ 철회 WSJ “다양한 기부채널 이용할 듯”
빌 게이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와 지난해 5월 이혼한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 그는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는 계획은 유지하되 이를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에 기부한다는 방침은 철회했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 빌 게이츠의 전 부인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58)가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에 기부하기로 한 약속을 최근 철회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게이츠재단은 2000년 두 사람과 가족이 참여해 설립한 자선기구다.
WSJ는 2일(현지 시간) “멀린다는 게이츠와 이혼한 뒤 지난해 11월 개인 이름으로 새로운 기부 서약서를 작성하며 이같이 결정했다”고 전했다. 멀린다는 이 서약서에서 “한 사람 손에 막대한 부가 쥐어지는 것의 어리석음(absurdity)을 잘 알고 있다”며 “이를 책임지는 유일한 방법은 사려 깊고 영향력 있는 기부”라고 밝혔다. 멀린다는 자신이 앞으로 어디에 재산을 기부할지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멀린다는 “자선사업은 이념보다 유연성(flexibility)을 우선시할 때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며 “게이츠재단과 피보털벤처스에서 일을 계속하면서 새로운 파트너, 생각, 관점을 찾아나가겠다”고 했다. 피보털벤처스는 2015년 멀린다가 설립한 투자회사로 여성·가족 정책 관련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멀린다는 여전히 게이츠재단 이사회 멤버다. 빌 게이츠는 이혼 후 개인 기부 서약서를 새로 작성하며 자산 대부분을 게이츠재단을 통해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WSJ는 멀린다가 게이츠재단에 추가 기부할 가능성은 있지만 더욱 다양한 기부 채널을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기후변화나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관심을 쏟는 게이츠와 달리 젠더 평등 이슈에 더 집중할 가능성도 있다. 멀린다는 2019년 피보털벤처스를 통해 젠더 평등 활동에 10년간 10억 달러(약 1조2000억 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에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전 부인 매켄지 스콧과 함께 성 평등과 여성 인권 분야에 4800만 달러(약 580억 원)를 기부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