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저가 아파트거래 9만 건 분석
시세차익을 노리고 지방 저가 아파트를 사들인 거래 중 편법증여 등 위법 의심 거래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저가 아파트는 다주택자 세금 규제를 피할 수 있어 투기성 거래의 표적이 돼 왔다.
국토부는 2020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법인과 외지인이 저가 아파트를 사들인 거래 8만9785건을 조사한 결과 위법이 의심되는 거래 570건을 적발했다고 3일 밝혔다. 정부는 2020년 7·10대책을 통해 다주택자 취득세율을 최고 12%로 높였다. 하지만 저가 아파트는 다주택자여도 기존의 취득세율 1%를 유지하면서 ‘투기의 틈새시장’으로 떠올랐다. 저가 아파트는 비(非)규제지역이면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도 빠진다.
저가 아파트를 사들인 법인, 외지인은 자기 자금을 최소한으로 투입해 단기간에 집을 사고팔며 평균보다 높은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사들인 집값은 평균 1억233만 원이었다. 자신의 자금은 집값의 29.8%에 그쳤고, 나머지는 임대보증금을 승계(59.9%)하거나 대출 등으로 충당했다. 일반 아파트 거래에서 자기 자금 비중은 48.1%, 임대보증금 승계 비율은 23.5%인 것과 대조적이다.
집을 사서 단기간에 현지인에게 팔고 빠지는 이른바 ‘단타매매’ 사례도 적지 않았다. 조사 기간 1년 3개월 동안 아파트를 샀다가 판 거래가 6407건으로 전체 거래의 7%가 넘었다. 이들은 평균 129일 만에 집을 되팔았다. 단타매매의 평균 매매차익은 1745만 원. 전체 저가 아파트 거래 평균 차익(1446만 원)보다 20.7% 높았다. 법인, 외지인이 올린 가격으로 집을 매수한 10명 중 4명(40.7%)은 현지인이었다.
충남 천안·아산(약 8000건)과 부산·경남 창원(약 7000건)에서 저가 아파트 거래가 많았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오른 가격에 집을 매수한 현지 주민들이 깡통전세 등 위험 부담을 져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