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립합창단 10일 이색 공연 “이별-상실의 감정 깊게 어루만져”
10일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를 합창 버전으로 공연하는 손동현 지휘 성남시립합창단. 성남시 시립예술단 제공
피아노 반주 딸린 독창곡으로 익숙한 슈베르트의 가곡집 ‘겨울 나그네’를 합창과 함께 듣는다. 성남시립합창단이 10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공연하는 ‘합창으로 듣는 겨울 나그네’. 이 합창단의 손동현 상임지휘자가 지휘하고 바리톤 김대수(울산대 교수)가 독창자로 출연한다. 피아니스트 겸 가곡 문헌학자인 유희정이 해설을 맡는다.
‘겨울 나그네’ 중 ‘보리수’는 빈 소년합창단이 노래하는 합창곡으로 친숙하지만 전 24곡 중 다른 곡을 합창으로 연주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 합창 버전 악보를 만든 그레고어 마이어(독일 게반트하우스 합창단 지휘자)가 ‘음악이 전달하는 감정은 여러 사람이 함께할 때 더 강력해진다’라고 한 걸 읽고 마음이 움직였죠. 그게 우리가 합창을 하는 이유이니까요.”
‘겨울 나그네’ 전 24곡마다 편곡된 모습도 각각 다르다. 18곡 ‘폭풍의 아침’은 주변 환경의 묘사가 두드러지는 만큼 독창자 없이 합창단이 노래한다. 10곡 ‘휴식’은 피아노를 뺀 무반주 합창과 독창자가 함께한다. 제목처럼 짙은 고독을 드러내는 12곡 ‘고독’과 20곡 ‘이정표’ 두 곡은 합창 없이 독창자가 노래한다.
대부분의 곡은 독창과 합창이 선율을 주고받거나 합창이 피아노에 반주 역할을 더한다. 소프라노 알토 등의 합창단원이 독창을 맡는 부분도 있다. 14곡 ‘백발’은 독창이 ‘서리가 내려 내 머리를 덮었네’처럼 1인칭으로 노래하는 반면 합창은 ‘그의 머리를 덮었네’처럼 3인칭으로 표현해 흥미롭다고 손 지휘자는 귀띔했다.
“‘겨울 나그네’의 시를 쓴 빌헬름 뮐러나 곡을 붙인 슈베르트 모두 30대 초반에 세상을 떠났고, 두 사람 모두에게 마지막 단계의 작품이죠. 죽음을 예감하듯 감정적으로 매우 외롭고 춥고 힘겨운 곡입니다. 두 예술가가 빚어낸 사랑과 이별, 상실에 대한 깊은 감정을 합창과 함께 들으면서 위로를 느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손 지휘자는 “오늘날의 음악과 비교할 때 ‘겨울 나그네’에 사용된 음악적 기교와 도구들은 단순하지만 그 감정의 깊이는 놀라울 정도다. 관객들이 계속 흥미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데 신경을 쓰며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석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