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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아파트 붕괴원인 ‘동바리 철거’ 책임공방

입력 | 2022-02-04 03:00:00

“제거 지시 안해” vs “제거 지시” vs “설치안된줄 몰라”
현산-하청-감리업체 엇갈린 진술
경찰 “과실책임 묻는데 문제없어”
이용섭시장 “가장 강력한 처벌해야”



12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고 현장.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콘크리트 동바리(지지대)의 설치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3일 광주경찰청 수사본부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 직원들은 경찰 조사에서 “201동 37, 38층은 동바리가 설치된 줄로 알고 있었다. 철거를 지시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같은 경찰 조사에서 동바리를 제거한 협력업체 G사는 “현대산업개발 측이 제거를 지시했다”고 주장했고, 감리업체 관계자들은 “동바리가 설치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3개 회사 모두 동바리 미설치가 붕괴의 주요 원인인 것을 인정하며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

39층을 떠받치는 PIT층(배관 및 설비층)에 동바리 대신 수직벽 7개를 설치한 것에 대해서도 현대산업개발은 “구조 계산 검토가 필요 없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수직벽이 붕괴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보고 불법 여부를 국토교통부에 질의했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과 G사는 부실 시공, 감리업체는 관리 소홀에 따른 과실 책임을 묻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콘크리트 부실 양생(완전히 굳을 때까지 보호하는 작업) 의혹도 확인하기 위해 국토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와 함께 23∼38층에서 콘크리트 시료를 채취해 분석할 방침이다.

이날 이용섭 광주시장은 “현대산업개발에 대해 법이 허용하는 가장 강력한 처벌을 국토부와 서울시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붕괴한 201동은 비전문가가 봐도 다시 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나머지 7개 동은 누구나 신뢰할 만한 전문가에게 점검을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