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 결정, 출연 명분 사라져”… 금감원 “전금법 개정 둘러싼 갈등 탓” 금융사들 “기관간 갈등에 불똥”, 추가 협의… 갈등 해소 여지는 남겨
동아일보 DB·뉴시스
한국은행이 금융감독원에 매년 내던 100억 원의 출연금을 올해부터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금감원 예산 분담을 둘러싼 한은과 금융당국의 해묵은 갈등이 다시 불거지면서 출연금 부담을 민간 금융사들이 떠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3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해 1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감원에 대한 100억 원의 출연금을 올해부터 내지 않기로 의결했다. 한은은 금감원이 출범한 1999년부터 ‘금융감독기구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년 일정 규모의 예산을 출연해왔다. 금감원의 정착과 업무 협력 등을 지원한다는 취지였다. 2006년부터 한은 출연금은 100억 원으로 굳어졌다.
이번 중단 결정에 대해 한은은 출연금 지원 명분이 사실상 사라졌다고 보고 있다. 설립 초기와 달리 금융사들이 내는 감독분담금으로 금감원 운영이 충분히 가능한 만큼 한은이 출연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한은의 발권력으로 출연한 돈은 국민 세금”이라며 “세금이 감독기관의 수지 보전에 활용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한은이 출연을 중단하면 금융회사 490여 곳이 100억 원을 추가로 내야 해 각 사의 감독분담금이 평균 2024만 원(3.8%)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과 삼성생명 등 대형 금융사는 5억 원대의 추가 부담금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사가 내는 감독분담금도 과도하다는 논란이 있었는데 민간의 부담을 더 늘리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또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을 둘러싸고 지난해부터 이어진 한은과 금융위원회의 갈등이 출연금 중단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은이 금감원에 대한 예산권을 가진 금융위를 압박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다만 한은과 금감원이 추가 협의를 통해 출연금 갈등을 해소할 여지도 남아 있다. 한은은 2010년에도 한은법 개정을 두고 금감원과 갈등을 빚던 중 출연금 중단을 통보했다가 협의 끝에 출연을 재개한 바 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