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전쟁’ 언급에 맞불… 전운 고조 러 “긴장 부추기는 파괴적 조치” 반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비해 최정예 공수부대와 스트라이커(stryker·신속대응 장갑차) 부대로 구성된 미군 3000명을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 동유럽에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 가능성을 언급하자 바이든 대통령이 즉각 미군 파병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미-러 간 무력 대치가 본격화되고 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의 안보, 안정에 대한 위협이 커지면 미국이 대응할 것을 분명히 해왔다”며 “미국은 비상사태들에 대한 대비를 위해 조만간 루마니아와 폴란드, 독일에 추가 병력을 이동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은 독일 미군 기지에 배치된 1000명의 스트라이커 부대를 루마니아로 이동시킨다. 또 미국은 노스캐롤라이나주 육군 기지 포트브래그에 주둔 중인 제82공수사단 등 병력 2000명을 폴란드(1700명)와 독일(300명)로 이동시키기로 했다. 82공수사단은 걸프전과 이라크전 등 미국이 치른 주요 전쟁에 투입된 미군의 최정예 부대로 꼽힌다.
美, 이라크戰 치른 공수부대 동유럽 파병… 러 “외교해결 여지 줄어”
美-러, 우크라사태 ‘강대강 무력대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 동유럽에 미군 최정예 부대 3000명을 수일 내에 배치하기로 결정하면서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사이에 두고 총구를 겨누는 본격적인 강대강 무력 대치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며칠 내로 수천 명의 미군 병력을 동유럽과 발트해 인근에 추가로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나토 신속대응군(NRF)의 요구에 따라 동유럽에 배치하기로 한 8500명의 미군 병력과도 별개다. 현재 유럽에 주둔 중인 미군 병력 8만 명에 1만∼2만 명의 미군이 추가 배치되는 셈이다. 미-러 간 대치가 양보 없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흐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최정예 파병 美 “조만간 추가 발표”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2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보내는 강력한 신호”라며 미군 3000명의 동유럽 추가 배치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커비 대변인은 “조만간 추가 배치 결정을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병력은 라트비아 등 발트 3국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3000명의 병력 배치를 완료하면 폴란드와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동유럽과 독일에 배치된 미군은 약 4만5000명이 된다. 라트비아 등 발트 3국에 미군을 추가배치하고 4만 명의 나토 신속대응군이 가동되면 우크라이나 서쪽 병력이 9만여 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국경에 13만 명을 배치한 상태다. 미군은 또 발칸반도 인근 아드리아해에 항공모함 USS 해리트루먼호를, 에스토니아에는 제4전투비행단 소속 F-15 전투기를 배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군 병력 추가 배치 결정에 대해 “푸틴 대통령에게 그가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한 나토 동맹들과 동유럽을 지키기 위해 유럽에 있을 것을 분명히 얘기했다”고 말했다. 윌리엄 테일러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는 뉴욕타임스(NYT)에 “‘소극적 억지’에서 ‘적극적 억지’로 전략을 바꾼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또 러시아에 천연가스를 의존하는 독일 등이 에너지 제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한국 일본 등과 접촉해 당장 필요하지 않은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돌리는 ‘천연가스 스와프’를 타진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한국의 가스 수급 상황이 여유가 없는 점을 고려하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 러시아 “외교 해결 여지 좁아져”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이 유럽 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알렉산드르 그루시코 러시아 외교부 차관도 “미국의 추가 파병은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외교로 해결할) 정치적 결정의 여지를 좁히고 있다”고 했다.2일에는 러시아 폭격기 4대가 영국 스코틀랜드 북쪽으로 접근해 영국 공군 전투기가 긴급 발진해 대치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