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모두 거짓이었다. 마키아리니가 수술한 환자들 대부분이 부작용으로 사망하자, 이들을 돌봤던 의사들이 의문을 제기했다. 마키아리니를 고용하고 연구를 지원했던 카롤린스카 기술대학은 수술과 논문 작성에 어떤 위법행위도 없었다며 그를 비호했다. 하지만 합병증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보도되면서 대학도 조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마키아리니는 환자 상태를 조작했고, 쥐를 대상으로 한 기관지 이식 실험 데이터를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획기적인 발견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과학자들이 연구결과가 거짓이었음을 시인하며 카메라 앞에서 고개 숙이는 모습을 심심찮게 본다. 영국 심리학자인 스튜어트 리치는 신간 ‘사이언스 픽션’(더난출판)에서 마키아리니의 사례처럼 데이터를 누락하고, 사진을 조작해 성과를 부풀리는 경우가 과학계에 팽배하다고 폭로한다. 과학계 최고 수준의 저널인 ‘네이처’, ‘사이언스’에 게재된 논문 중에서도 데이터 조작 등 연구 부정행위로 한 해에 수백여 편의 논문이 철회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런 현실을 바꿀 수는 없을까. 저자는 방법론이 타당할 경우 결과와 상관없이 논문을 게재해 주는 저널을 만드는 방안을 제안한다. 논문 출판의 모든 과정에 대해 누구든 접근할 수 있도록 연구에 사용된 데이터, 데이터 분석에 사용된 통계 프로그램의 코드 등을 공개하는 ‘오픈 사이언스’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식음을 전폐하고 연구만 하던 과학자가 종이뭉치를 들고 뛰쳐나와 ‘유레카!’를 외치는 것이 유의미한 발견이라는 생각이 오랜 기간 과학계에 뿌리내렸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당장은 덜 흥분되더라도 제대로 된 방법론을 거쳐 견고한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부분의 과학은 갑자기 결론적 진리로 도약하기보다는 점진적으로 누적되는 성격을 띤다. 그래서 과학은 원래 지루한 학문이었다. 그리고 과학은 결국, 다시 지루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