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이란핵협상 복귀 앞둔 美고민…“무기급 핵물질 제조기간 짧아졌다”

입력 | 2022-02-04 13:07:00


이란 핵 문제 해결을 위한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2015, 이하 핵합의) 복원 로드맵 마련을 위한 회담은 작년 4월부터 진행 중이지만 좀처럼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중재로 이뤄지는 간접 대화에서 이란은 2015년 맺은 합의의 원안 복귀를 주장하는 반면, 미국은 더 엄격한 조건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고민이 깊어지는 배경엔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핵합의 일방 탈퇴 이후 고도화된 이란 핵 능력이 있다고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지난 3년간 서방의 제재가 복원되고 이란의 핵 개발이 재개되면서 2015년 합의 당시엔 1년으로 추정했던 이란의 무기급 핵물질 제조 ‘전용기간(breakout period)’이 짧아졌다는 게 미국의 평가다.

WSJ에 따르면 미 정부 당국자들은 이제 이란이 2015년과 달리 핵 폭탄 제조에 충분한 핵분열물질을 생산하는 데 1년도 걸리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당국자들에 따르면 작년 11월 재개된 7차 협상을 거치며 미 정부 측은 2015년 원안대로 전용기간을 12개월로 추정하기엔 이란의 핵 능력이 너무 진전됐다고 결론내렸다.

JCPOA상 전용기간은 핵폭탄 제조에 필요한 핵분열물질 제조 역량을 양적 평가한 것으로, 정책 입안자들에게는 개입을 위한 타임 프레임의 의미를 갖는다. JCPOA를 맺으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합의 준수 여부를 감시하게 되는데, 위반 여부를 평가할 기준이 될 수 있어 중요하다.

즉, 전용기간이 1년이라는 건 이란이 전격적으로 합의를 어기더라도, 핵무기를 제조하려면 1년은 걸릴 것이고, 그 동안 미국 등 서방 회원국은 그에 대응할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의미다. 이란엔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시간, 서방에겐 개입할 시간이 된다.

물론, 이 전용기간이 실제로 이란이 핵무기를 손에 쥐는 기간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이란은 아직 핵폭탄의 핵을 제조하고 미사일에 핵 탄두를 장착하는 모든 기술을 완성하진 못했다는 게 미 당국자들의 분석이다.

당초 2015년 JCPOA에서는 이란의 전용기간을 1년으로 추정했다. 이후 트럼프 정부가 2018년 합의를 일방 탈퇴하며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자, 이란은 핵개발을 가속화했는데, 그 사이에 전용기간이 수주까지 줄었다는 게 미 당국자들의 분석이다.

이란은 순전히 평화적인 목적으로 핵개발을 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2019년 이후 가속화한 결과 60% 우라늄 농축까지 시작했다. 무기급으로 간주되는 90%에는 못 미쳐도, 핵 합의에서 제한한 3.67%를 훌쩍 넘는 수치다.

아울러 이란은 더 고도화된 원심분리기 건설과 구축, 가동 역량까지 향상해 2015년 합의를 맺을 때보다 훨씬 더 빨리 농축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는 게 미 정부의 분석이다.

여러 가지 시나리오로 분석해봐도 전용기간은 기존 12개월보다는 훨씬 짧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미 당국자들은 전했다.

다만 이 같은 상황 변화에도 핵 합의가 곧 타결될 수밖에 없는 건 양측의 이해가 맞아서다. 이란은 경제 제재 해제가 시급하고, 미국 등 서방은 이란의 핵 능력에 대응할 시간 확보가 필요하다.

전용기간 제한 정도는 이란이 농축우라늄 재고 및 핵연료 생산 장비와 원심분리기 제조 시설 등을 해체, 선적, 폐기 또는 봉인하는 다음 조치들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현재로선 새 합의에서 전용기간이 6개월로 추정될 것으로 보인다.

전용기간이 6개월도 안 되는 합의를 맺게 되면 이란이 전격적으로 합의를 어기고 핵 개발에 속도를 낼 경우 미국의 대응 역량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미 당국자들의 우려다.

새 합의에서 이 전용기간을 단축하는 문제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협상 능력에 대한 의구심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WSJ에 따르면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세부 언급은 피하면서도 “정부는 우리의 시급한 비확산 우려를 해소할 딜을 곧 맺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몇 주 밖에 시간이 없다. 이란의 핵 개발 속도대로면 이 시간이 지난 뒤엔 JCPOA 복귀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버트 아인혼 전 미 국무부 비확산 군축담당 특별고문은 “이란의 향상된 지식과 경험을 상쇄할 수 있는 새 JCPOA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전용기간을 6개월로 해도 유사시 대응엔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응이란 이란 핵시설을 폭파하는 것이다.

새 합의가 맺어지게 되면 이란은 농축우라늄 2½메트릭톤(MMT)을 폐기해야 한다. 그 외 고도화된 원심분리기도 해체하고 농축우라늄 재고량과 순도를 제한해야 한다. 우라늄 순도의 경우 2031년까지 3.67%로 제한된다.

다만 이란의 전용기간은 고도화된 원심분리기 설치가 허용되는 2026년 이후 빠르게 단축될 수 있다. 그래도 JCPOA에 포함된 광범위한 감시 및 사찰 권한은 이란의 은밀한 핵무기 개발 능력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JCPOA는 이란과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유엔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및 독일이 2015년 맺은 합의다. 이란의 핵 개발을 제한하는 대신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 해제를 약속했지만, 2018년 트럼프 정부가 일방 탈퇴했다.

바이든 정부 들어 미국은 이란의 ‘선(先) 합의 복귀’를, 이란은 서방의 ‘선 제재 해제’를 주장하며 신경전을 벌여온 가운데, 지난해 4월부터 오스트리아 빈에서 합의 복원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