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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오면 없어요”…재택치료 늘자 감기약·타이레놀 동났다

입력 | 2022-02-04 15:04:00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한 시민이 상비약을 구매하고 있다. 2015.6.17/뉴스1 © News1


서울 용산에 사는 주부 양모씨(60)는 얼마 전 약국에서 쌍화탕 한 박스와 종합감기약 5개, 해열진통제 등 약품과 자가진단키트 2개를 한꺼번에 사놓았다. 약국 몇 군데를 들렀지만 타이레놀은 품절이라 사지 못했다.

양씨는 “오미크론 확진자가 하루 2만명씩 나온다는데 요새는 열이 나면 병원도 못 가고, 병원에 가면 코로나19에 감염될 것 같아 불안해서 사뒀다”고 말했다.

4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만7443명으로 사흘째 2만명을 넘으며 또다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확진자가 급증하자 양씨처럼 자가진단키트와 쌍화탕, 해열제, 감기약 등 ‘코로나 상비약’을 미리 챙기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GS25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오전 8시에 상비약이 5~6개 들어오는데 오전 중으로 약이 다 팔린다”고 말했다.

최근 편의점 3사(GS·CU·세븐일레븐)에서 진통해열제와 종합감기약 등 안전상비의약품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4일 CU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전날까지 전국 CU편의점에서 감기약 판매량이 전주 대비 63.3%, 해열제는 7.4% 증가했다. 자가진단키트 매출은 7배 넘게 급증했다.

GS25편의점에서는 1월25일~2월3일 열흘간 타이레놀 등 진통제 판매량이 전월 동기 대비 33.6%, 종합감기약은 102.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가진단키트는 매출이 1045.1%나 급증했다.

세븐일레븐에서도 1월28일~2월3일 해열진통제 매출이 전달 대비 13.7%, 쌍화원골드, 진쌍화 등 매출이 9.3% 늘었다.

늘어나는 재택치료에 대응하고, 동네병원 코로나19 검사 확대로 병원 방문을 꺼리는 의도가 반영된 현상으로 풀이된다. 이날 집에서 치료를 받는 확진자는 10만4857명을 기록했다.

인터넷에서도 자가진단키트와 더불어 ‘코로나 상비약’ 문의글이 활발히 올라오고 있다 맘카페에는 ‘코로나 상비약’ 사진과 약품 목록을 공유하는 게시물이 줄줄이 올라왔다.

‘코로나 상비약’으로 통하는 약품은 해열제나 종합감기약, 복통·설사에 대비하는 소화제·지사제, 혈전 대비용 아스피린, 근육통에 대비할 파스 등이다. 확진시 보건소에서 보내주는 재택치료키트에도 손소독제, 체온계, 산소포화도 측정기와 함께 해열제, 종합감기약이 들어 있다.

상암에 사는 주부 김태화씨(54)는 “요즘은 보건소 전화도 먹통이고, 확진자도 너무 많이 나와서 미리 약과 자가진단키를 사뒀다”면서 “자가진단키트를 온라인으로 주문했는데 안 오길래 근처 약국을 몇 곳을 전전긍긍하면서 돌아서 겨우 구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김씨는 “가족 구성원이 4명인데 한 키트에 2개가 들어서 총 16개 구입했다”며 “가서 줄 서면 공짜로 주는지 모르겠지만 줄 서다 걸릴 거 같아서 무섭다”고 덧붙였다.

김혜숙씨(40대)도 “자녀 유치원에서 확진자가 나와 두 차례 자가격리를 했던 터라 감기약과 자가진단키트를 미리 사뒀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지선애씨(64, 약사)는 “감기 증상으로 병원을 가는게 어려워지면서 상비약 판매는 꾸준히 늘고 있다”며 “자가진단키트는 많으면 하루에 100개 나가는 날도 있다. 설 연휴 동안 휴무하지 않는 약국은 정부에서 키트 수급을 해줘 아직 재고가 괜찮지만 곧 동날 것 같다”고 전했다. 지씨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손님들이 약국 문을 열고 들어왔다.

상비약을 구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전적으로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설대우 중앙대 약대 교수는 “머리가 아플 때 두통약, 진통제를 먹듯 오미크론도 독감과 비슷하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기 고려대 약학과 교수는 “일반적인 감기약이 인후통, 발열, 근육통 등 임상 증상을 잠시 낮췄다가 예후가 과도하게 안 좋아져 위중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미크론의 실체가 완벽하게 드러나고 코로나19가 완전히 감기 바이러스로 편입된 이후엔 종합감기약을 복용하며 스스로 관리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으나, 아직은 의료시스템의 관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