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 News1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절 인플루엔자(독감)처럼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4일 밝혔다. 정부가 ‘독감 방역’ 가능성을 공식 언급한 것은 코로나19 발생 2년여 만에 처음이다. 기존 코로나19와 비교해 치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하면서 확진자 급증에도 중환자 수나 병상 가동률이 안정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오미크론 유행의 정점이 오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섣불리 낙관적인 메시지를 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보도참고자료에서 “앞으로 계절 독감과 유사한 일상적 방역 의료체계로의 전환 가능성을 본격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확진자가 증가하더라도 병상 등 의료체계 여력과 치명률 등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방역 조치를 완화하는 등 일상 회복을 다시 추진한다는 뜻이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최대한 추가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없이 이번 유행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현행 사회적 거리 두기(사적 모임 6명, 영업제한 오후 9시)는 20일까지 2주 연장하기로 했다. 4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만7443명으로 2주일 만에 4배 가까이로 증가하는 등 확진자가 폭증하는 국면이기 때문이다. 설 연휴 이동의 여파로 5일 0시 기준으로는 3만 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방역 상황이 관리 가능하다고 판단하면 그 사이(20일 이전)에라도 (거리두기를) 조정할 것”이라며 방역 조기 완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의료 현장에서는 정부가 충분한 대비 없이 ‘독감 방역’을 거론해 방역 긴장감을 흐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동네의원에서 코로나19 검사와 치료를 받는 체계를 도입한지 이틀째인 4일에도 참여 의료기관이 285곳으로 목표치(4000곳)에 턱없이 못 미치고, 코로나19 입원 환자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김소영 기자 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