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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무죄 신광렬 부장판사 퇴직[법조 Zoom In]

입력 | 2022-02-04 19:50:00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석방 등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제동 걸어



대법원 모습. 뉴스1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됐다가 무죄 판결이 확정된 신광렬 부장판사(57·사법연수원 19기)가 퇴직한다. 무죄 판결을 확정받고서도 대법원이 최근 감봉 6개월의 징계를 내린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원 일각에선 성창호 부장판사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를 ‘댓글 여론 조작’으로 징역 2년 실형 선고하자 검찰이 성 부장판사를 보복 기소하려 하면서 신 부장판사가 연루됐다는 시각이 많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등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면서 결국 퇴직을 선택한 신 부장판사에 대한 법원 내 동정여론이 적지 않은 것이다.
● ‘심야조사 후 긴급체포’ 위법 등 검찰 무리한 수사에 제동
신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재직 시절 검찰의 무리한 수사 관행에 여러차례 제동을 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7년 11월 당시 신 부장판사는 전병헌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의 측근으로 ‘자금세탁 통로’ 역할을 한 혐의로 구속됐던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총장 조모 씨를 구속적부심을 통해 석방했다. 특히 그는 검찰이 피의자의 동의를 받아 심야까지 조사한 다음 긴급체포하는 관행이 위법하다고 판단해 제동을 걸었고 이후 심야조사 후 긴급체포하는 검찰의 관행은 사라졌다.

하지만 이로 인해 신 부장판사가 집권 여당과 검찰 등으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됐다는 시각도 있다. 신 부장판사는 또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에 대한 구속적부심을 진행하며 이들을 석방했다. 그러자 2017년 11월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범죄를 부인하는 김관진 피의자를 구속 11일만에 사정변경 없이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석방시킨 신광렬 판사는 우병우와 TK동향, 같은 대학, 연수원 동기, 같은 성향”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법원 내에선 신 부장판사의 과거 판결 등을 보면 그가 정치적 성향이나 친소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엄격하게 법리를 적용해온 소신 있는 판사라는 평가가 많았다. 특히 신 부장판사는 이명박 대통령 재직 시절인 2010년 그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구속영장을 발부한 적이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였던 신 부장판사는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로부터 부정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천 회장을 구속했다.
●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결국 무죄
신 부장판사의 퇴직은 결국 검찰 수사의 영향이 컸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이던 검찰은 2019년 3월 신 부장판사와 성 부장판사 등 3명을 기소했다. 검찰은 성 부장판사 등에 대해 2016년 영장전담 부장판사로 근무하면서 ‘정운호 게이트’ 수사기록과 영장청구서 등 수사 기밀을 신광렬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에게 누설한 혐의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법원 내부에선 성 부장판사가 2019년 1월 ‘댓글 여론 조작’ 공모 등의 혐의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를 법정 구속하면서 여권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힌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왔다. 김 전 지사 구속으로 당시 여권에선 성 부장판사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컸고 이후 검찰이 전격적으로 성 부장판사를 기소하자 법원 내부에서는 검찰의 ‘보복 기소’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후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신 부장판사, 성 부장판사 등 3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확정했다. 1, 2심은 사건 당시 영장 업무를 맡던 두 판사가 수사 상황 등을 형사수석부장판사에게 알리고 이를 형사수석부장판사가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보고한 행위에 대해 ‘사법행정상 필요했던 통상적인 내부 보고’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해 이들이 보고한 내용도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대법원도 마찬가지 입장을 유지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