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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尹 첫 토론은 탐색전…2차전서 ‘김건희·김혜경’ 등판하나

입력 | 2022-02-04 20:06:00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2022 대선후보 토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오른쪽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첫 토론은 서로를 탐색하는 가운데 벌인 국지전이었다는 평가다. 두 후보는 상대에 대한 공세 포인트를 하나씩 잡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지만 그 밖에는 실수를 하지 않으려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부인 논란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서로 자제해 출혈 경쟁을 막았다. 오는 8일 2차 4자 토론이 예고된 가운데 배우자 논란으로 토론 주제가 확전될지 주목된다.

4일 정치권에서는 전날(3일) 첫 4자 TV토론이 탐색전 성격이 짙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각자 준비해온 것에 충실하되 공세 수위는 상대의 감정을 건드리는 이른바 ‘레드라인’을 넘지 않았다.

이 후보는 윤 후보의 시사 상식을 검증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윤 후보에게 블루수소, RE100, 택소노미와 같은 용어에 대해 물었고, 윤 후보가 “모른다”고 답하자 헛웃음을 지어보였다. 토론 시간의 상당 부분을 용어 설명에 써가면서까지 이 같은 전략을 구사한 것은 정치 신인인 윤 후보의 미숙함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윤 후보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집중했다. 자신의 첫 번째 주도권 토론 순서를 온전히 여기에 할애해 사회자로부터 다른 후보에게도 질문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을 정도다. 윤 후보는 대장동 개발 설계에 대한 문제점을 물었고 이 후보가 “사과 드린다”고 했는데도 재차 몰아붙였다. 같은 입장을 반복하는 이 후보가 ‘답변을 회피한다’는 모습을 끌어내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주목할 만한 것은 이 같은 공세가 모두 두 후보에겐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는 점이다. 두 후보는 준비해온 답변으로 응수했다. 윤 후보는 용어를 “잘 모른다. 가르쳐달라”며 당황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 후보는 “국민의힘 때문에 개발이익을 환수하지 못했다”고 역공을 폈다.

여론의 변화를 일으킬 만한 실수나 실언이 나오지 않았고 ‘약속된 공격과 수비를 그대로 시연한 것 같았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이유다.

현재 가장 큰 논란인 두 후보의 부인 의혹을 아무도 꺼내지 않았다는 점도 이 같은 평가를 뒷받침한다. 배우자 논란은 현재 두 후보 모두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분석에 따라 출혈 경쟁을 자제해야 한다는 일종의 암묵적인 공감대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 후보 부인 김혜경씨의 황제 의전 의혹,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학력 부풀리기 의혹은 모두 일반 서민들에게 큰 박탈감을 줄 수 있어 표심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논란이 일자 양측 모두 재빠르게 고개 숙여 사과한 것도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로서는 김혜경씨 논란이 비교적 최근 제기된 데다, 설 연휴 여론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고 있어 상당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윤 후보는 김건희씨 의혹에 대한 여론은 각종 여론조사에 진작 반영됐지만 김씨가 ‘조용히 살겠다’며 대국민 사과를 한 만큼 이목이 김씨에게 쏠리는 것을 피하고 있다.

김건희씨 녹취록 관련 의혹은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편이냐”고 한 번 꺼낸 것이 유일하다. 윤 후보는 안 전 지사의 권력형 성폭력 피해자 김지은씨에게 사과한다고 했다.

두 후보는 조심스러운 탐색전을 끝낸 뒤 여론 동향을 보고 전략을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을 한 달 정도 앞둔 현재 오차범위 내 초접전 싸움이 이어지고 있는데 팽팽한 균형을 깨기 위해 어느 후보가 맹렬한 선공(先攻)을 펼 수 있다는 전망이다. 두 후보의 부인 논란이 지지율 변화를 이끌어내기 시작하면 TV토론은 배우자 논란으로까지 확전할 가능성도 있다.

다음 토론은 오는 8일 한국기자협회 주최로 열리는 이 후보, 윤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4자토론이다. 이외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법정 토론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인 오는 21일, 25일, 다음 달 2일 총 세 차례 열린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