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일본 증시에 상장한 넥슨 주식을 장내에서 1조 원 이상 취득해 주요 주주 자리에 올랐다. 중동 지역 펀드가 한국 대형 게임사에 대규모로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콘텐츠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본 ‘오일머니’의 레이더망에 한국 기업들이 포착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넥슨은 4일 PIF가 자사 지분 5.02%를 보유 중인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PIF는 3일 도쿄증권거래소에 이러한 지분 취득 사실을 공시했다. PIF는 지난달 25~27일 장내에서 넥슨 주식을 8억8300만 달러(약 1조600억 원)어치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매입 목적은 ‘순수 투자’로 명시했다.
PIF는 넥슨과 사전 협의 없이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 최대주주는 지주회사인 NXC로, 관계사 보유 지분을 합치면 47.4%다. 넥슨 관계자는 “PIF의 지분 매입이 경영권에 영향을 줄 수준은 아닌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PIF가 게임을 포함한 콘텐츠 산업의 성장세에 큰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PIF는 지난해 격투 게임 ‘킹 오브 파이터즈’ IP를 보유한 SNK 지분 33.3%를 약 2000억 원에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다른 일본 게임 개발사인 캡콤의 지분도 5.05% 확보했다. 미국 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 일렉트로닉아츠(EA) 등에도 자금을 투입했다.
PIF는 글로벌 e스포츠 게임단을 공격적으로 인수하는 것으로도 화제가 된 바 있다. PIF를 이끄는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e스포츠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사우디는 석유 에너지 사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며 “이런 과정에서 한국 게임사인 넥슨도 물망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