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가경정예산(추경) 증액을 두고 다시 한 번 충돌했다. 홍 부총리가 여야의 추경 증액 요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하자 이 후보는 홍 부총리를 향해 “월권”이라며 강하게 성토했다.
이 후보는 4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추경 증액에 반대하는 홍 부총리를 향해 “한 개 부처의 책임자가 여야가 합의해도 (추경 증액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미리 단언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 체제 입장에서 보면 매우 부적절하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홍 부총리가) 월권을 하신 것 같다. 국민들이 직접 선출한 선출 권력에게 임명 권력은 지휘를 받는 게 정상”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14조 원 규모의 추경안을 제시했지만 이 후보는 35조 원 이상 추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후보는 홍 부총리가 여야가 동의해도 추경 증액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발언한 데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할 정도의 심각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앞서 홍 부총리는 이날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가 (증액에) 합의한다면 따라올 수 있겠느냐’는 민주당 우원식 의원의 질의에 “저는 쉽게 동의하지 않겠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홍 부총리는 “추경은 물가, 국채시장,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워낙 지대해서 재정여건 등을 종합 고려해 14조 원 규모로 국회에 제출했다”며 “14조 원 규모가 국회에서 존중될 필요 있다”고 했다. 추경 증액을 요구하는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지만 홍 부총리는 “저도 국민을 위해 일하고 국가를 위해 일한다”며 “개인적으로 (재정 건전성만을 고려해) 고집을 피운다는 말씀에는 쉽게 의견을 같이 하긴 어렵다”고 맞섰다. 다만 홍 부총리는 과거 여당과 각을 세우다 번번히 뜻을 굽혀 ‘홍두사미’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