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황보름 지음/364쪽·1만5000원·클레이하우스
이호재 기자
서울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골목길에 동네 서점 하나가 들어선다. 서점 주인인 젊은 여성 영주는 서점 안에서 가만히 앉아 책만 읽는다. 영주를 궁금해하는 동네 사람들이 조금씩 서점에 발을 들인다. 바리스타 민준, 작가 승우, 고등학생 민철, 주부 희주…. 크고 작은 상처를 지닌 사람들이 서점에 모이고 서로를 위로한다. 그렇게 ‘휴남동 서점’은 안식처가 돼 간다.
작품은 작은 서점을 배경으로 동네 사람들이 서로를 위로하는 이야기를 담은 장편소설이다. 지난해 10월 전자책으로 출간돼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 서재에서 관심을 끌었고, 지난달 17일 출간된 종이책은 1월 다섯째 주 온라인 서점 알라딘 종합 베스트셀러 9위를 차지했다. 처음엔 성공 여부가 불투명했지만 독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고 있는 것. 문학평론가보단 독자들의 인기에 힘입어 서점가를 휩쓴다는 점이 1, 2권 합쳐 100만 부가 팔린 장편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팩토리나인) 시리즈를 생각나게 한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기발한 장르 소설과 달리 이 작품은 평범하기 그지없다. 자극적인 소재를 찾아볼 수 없다. 좀비가 등장하지도 않고, 싸워서 이겨야 할 거대한 악이 존재하지도 않는다. 독자를 깜짝 놀라게 하는 반전도 없고, 독자가 눈에 불을 켜고 찾아야 할 복선도 많지 않다.
독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하는 힐링 소설이 사랑받고 있다. 죽기로 결심한 여성이 삶과 죽음 사이에 존재하는 도서관에서 희망을 찾는 장편소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인플루엔셜)는 지난해 4월 출간돼 25만 부가 팔렸다. 노숙인 생활을 하던 남자가 편의점에서 야간 알바를 하는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나무옆의자)은 지난해 4월 출간됐지만 교보문고 올해 1월 넷째 주 종합 베스트셀러 2위를 차지할 만큼 오랫동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가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마음 때문일까. 자극적인 소재를 앞세운 작품에 싫증나서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숨 쉴 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우리를 위로하는 작품이 있다는 건 다행이다. 무거운 주제의식이나 기발한 상상력 없이도 소설은 재밌을 수도 있다는 걸 이 작품을 통해 다시 깨닫는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