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라는 우주를 건너는 너에게/김민형 지음·황근하 옮김/324쪽·1만6800원·웅진지식하우스
최근 방영된 드라마 ‘멜랑꼴리아’는 세상의 모든 것을 수학으로 읽어내려는 고교생과 수학 선생님의 이야기를 그렸다. 작품 마지막 화에서는 7년간 한 문제를 증명하는 데 오롯이 매달린 영국 수학자가 소개된다. 수학을 진정 사랑한 선생님은 제자에게 이런 말을 남긴다. “7년을 바친 수학자는 나중에 이렇게 말했어. 이 문제를 푸는 1분, 1초를 나는 사랑했었다고….”
세계적 수학자가 쓴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수학의 아름다움이 비단 드라마 소재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저자는 2005년 미국 퍼듀대 수학과 교수로 임용되기 전 두 달에 걸쳐 각국 수학자들과 교류하기 위해 영국, 독일 등을 여행하며 10대 아들에게 편지를 썼다. 이 책은 20편의 편지를 엮은 일종의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러시아 수학자들이 문제에 대한 독특한 관점을 지녔다면서 다양한 이들이 서로 다른 관심을 갖고 살아가는 건 그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편지에는 문학적 감성도 넘친다. 여행길에서 만난 이들과 유서 깊은 장소에 얽힌 이야기, 시와 음악에 대한 단상들이 포함됐다.
아들에게 보낸 편지임에도 결코 일방적이지 않다. 마치 소크라테스의 질문처럼 사유를 확장시키는 대화 같다. 저자는 한 편지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셨더니 잠을 이루지 못해 편지를 쓴다”며 커피를 마시면 왜 잠이 오지 않는지를 설명한다. 이어 아직 전모가 밝혀지지 않은 커피나 마취제의 화학성분에 대한 호기심을 일깨운다.
이처럼 저자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던지며 광범위한 지적 영역을 탐구한다. 더 좋은 질문을 끊임없이 고민하며 답을 찾는 자세야말로 인생을 깊이 들여다보기 위한 첩경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