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겨울올림픽]서방국가 ‘외교적 보이콧’ 속 개회식
中 군인들 오성홍기 게양식 중국 군인들이 4일 베이징 국가체육장에서 열린 겨울올림픽 개회식에서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 게양 의식을 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 한족과 55개 소수민족 대표자 등 공연 참가자들이 두 줄로 늘어서 전달한 오성홍기를 받아 의식을 진행했다. 게양 의식 때 중국 국가가 울려 퍼지자 어린이를 비롯해 일부 공연 참가자들이 오른손을 들어올리는 공산당식 경례를 했다. 베이징=신화 뉴시스
4일 개회식을 시작으로 2022 중국 베이징 겨울올림픽의 막이 올랐지만 개회식에 참석한 각국 정상급 인사는 20여 명에 그쳤다. 미국 등 서방 국가 상당수가 중국의 신장위구르 지역 소수민족 인권 탄압 문제 등을 문제 삼아 정부 고위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을 선택했다.
개회식에 참석한 정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해 동유럽, 중동, 중앙아시아 등 ‘친(親)중국’으로 분류되는 국가의 인사들이 대부분이었다. 주요 7개국(G7) 정상은 한 명도 없었고 주요 20개국(G20) 중에서는 푸틴 대통령과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만 참석했다. 외교, 의전 면에서 사실상 ‘반쪽 올림픽’이 됐다는 꼬리표를 피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G20 중 푸틴 등 2개국 정상만 참석
시진핑-푸틴 신뢰 과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일 베이징에서 열린 정상회담 도중 대화를 나누고 있다.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방문한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과 공동성명을 통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확장 중단을 촉구했다. 베이징=AP 뉴시스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미국 등 서방-러시아가 일촉즉발의 대치로 치닫는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개막식 전에 푸틴 대통령만 따로 만나 정상회담을 진행하며 최고의 예우를 보여줬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일 시 주석에게 축전을 보냈다. 김 위원장은 축전에서 “성공적 개막은 사회주의 중국이 이룩한 또 하나의 커다란 승리”라며 “이번 대회를 통해 중화의 기상과 국력을 과시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중동에서는 쿠데타로 집권한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등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인권 탄압을 비판해온 국가의 지도자들이 주로 참석했다. 미 CNN은 3일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하는 대표단을 보낸 국가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권위주의 국가’”라고 지적했다.
○ 인도, 개회식 하루 전 보이콧 선언
미국이 주도한 외교적 보이콧에는 미국의 주요 안보 동맹국이 가세했다. 5개국 정보동맹 파이브 아이스 회원국인 영국, 호주, 캐나다와 4자 협력체 쿼드(Quad) 회원국인 일본이 올림픽에 고위 대표단을 보내지 않았다. 거의 모든 겨울올림픽에 참석했던 노르웨이와 스웨덴 왕실, 겨울올림픽 강국인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의 정부 고위 관계자들도 개회식에 불참했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면서 쿼드 참여 국가인 인도는 개회식을 하루 앞두고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했다. 인도는 2020년 6월 중국과 국경 충돌이 벌어졌을 때 인도 군인 20여 명이 사망했는데, 중국이 당시 참전했다 부상을 입은 중국 군인을 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로 참여시킨 점을 문제 삼았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