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윤석열 미셀러니] 집밥 좋아하는 이재명, 주방 전권 쥔 윤석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해 11월 20일 충북 진천군 덤바위캠핑장에서 군고구마를 먹고 있다(왼쪽).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해 11월 4일 경기 포천시 소흘읍 송우시장을 방문해 오징어튀김을 먹고 있다. [뉴스1]
피자 먹고 배탈 난 이재명
“어휴, 나는 짜서 장을 많이 못 찍어 먹는데 그 양반은 채소를 막장과 된장에 푹푹 찍어서 먹더라고요. 입맛이 ‘토속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가리는 음식 없이 이것저것 잘 먹는 스타일인데 그중에서도 한식을 좋아해요.”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이하 이재명)와 가까운 한 의원이 전한 일화다. 이재명은 한식 마니아로 유명한데, 특히 나물을 즐겨 먹는다. 한식 사랑은 그의 삶과도 맞닿아 있다. 경북 안동시 산골마을에서 자란 그는 어린 시절부터 각종 나물에 익숙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3일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에 출연해 “잔대, 더덕 등을 캐 고추장을 발라 구워 먹었다”며 “어릴 때부터 식물을 먹을 수 있나 없나로 구분했다”고 말했다. 이재명은 당시 삶은 감자, 수제비, 칼국수 등을 너무 먹은 탓에 지금은 이들 음식을 즐기지 않는다고 한다. 단, 기계국수는 예외다. 어린 시절 모친 곁에서 손가락으로 조금씩 집어 먹던 국수 면발의 맛을 잊지 못해서다. 비슷한 이유로 배추전 역시 그의 최애 메뉴다.
피자 사건 이후 김 씨는 요리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두 아이가 유치원에 입학한 덕분에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기기도 했다. 채소를 좋아하는 남편이 즐길 만한 양식 메뉴를 만드는 게 목표 중 하나였다. 주키니 호박, 피망, 양송이버섯 등 채소 위주의 라타투이(채소 스튜)가 식탁에 자주 오르게 된 배경이다. 이재명이 스스로를 “삼식(三食)이를 지향하는 일식(一食)님” “집밥에 집착하는 남편” 등으로 부르기까지는 김 씨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맛집 탐방 다닌 윤석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이하 윤석열)의 식생활은 이재명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선거캠프 관계자에게 윤석열이 좋아하는 음식을 물으면 1초 고민도 없이 “다 잘 먹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대식가로 유명하지만 ‘맛집 투어’를 다니는 미식가이기도 하다. 음식을 직접 만들어 배우자와 먹는 점 역시 이재명과는 반대다. “아내는 라면도 꼬들꼬들하게 못 끓인다”며 주방의 전권을 가지게 된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윤석열은 어린 시절부터 주방을 가까이했다. “어릴 때 어머니가 집에서 요리를 하면 옆에서 집중해서 관찰했다. 어머니에게 ‘이 요리를 해달라’ ‘요리할 때 이렇게 해달라’며 구체적으로 주문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어머니 옆에서 음식을 주문하던 소년은 대학생이 되자 직접 맛집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다음은 한 오랜 친구의 말이다.
“옛날에는 요즘처럼 맛집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잖아요. 윤석열은 먹는 걸 워낙 좋아해 대학생 때 ‘이 음식은 어느 집이 맛있다’ ‘이 메뉴는 여기가 기가 막히다’ 하면서 다 외우고 다녔어요.”
나고 자란 서울을 떠나서도 맛집 기행은 이어졌다. 윤석열은 검사 생활을 하며 본격적으로 전국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 시기 그는 경상도로 발령받으면 안동국시 집을, 충청도로 발령받으면 멸치칼국숫집을 찾았다. 그는 식당을 옮겨가며 한 끼 식사를 이어가기도 했는데, 매 식당에서 첫 식사를 하는 것처럼 음식을 주문해 일행과 먹은 것으로 전해진다.
윤석열이 이재명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 것으로 나왔지만 낙관은 이르다. 두 후보 모두 해당 조사에서 일반 지지율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지지는 하지만 밥까지 같이 먹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하는 유권자가 적잖다는 의미다.
李·尹 술자리서 휘어잡는 스타일
이재명의 지인들은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에 하나같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민들이 ‘이재명은 차가울 거야’라고 생각하지만 식사 자리에서 만나면 전혀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이미지와 달리 정책 이야기를 즐겨 하지 않는다”며 “‘너무 딱딱한 이야기는 재미없다. 밥 먹는 자리에서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자’며 분위기를 주도한다”고 전했다. 소소한 개인사부터 과거 이야기까지 주제도 다양하다.
술자리에서는 이재명의 이런 면모가 더욱 두드러진다. 경기도지사 시절 이재명과 술자리를 가진 한 인사에 따르면 그는 ‘소맥’ 6~7잔 정도는 주저하지 않고 마시며 분위기를 주도한다. 안주를 많이 먹지 않아 이른바 ‘안주빨’을 세우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재명을 싫어하는 사람조차 호감을 가질 정도로 술자리 매력이 상당하다고 전해진다.
윤석열 역시 술자리에서 좌중을 휘어잡는다는 평을 듣는다. 그는 자신의 주량이 소주 1~2병이라고 소개했는데 20대 시절에는 맥주 3만cc를 마신적도 있다고 한다. 친구들은 “윤석열은 매일같이 술을 마셨는데, 술자리 안주는 물론 일행이 어떤 위치에 어떤 순서로 앉았는지까지 다 기억하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윤석열은 정치적 위기를 겪을 때도 술자리를 가지며 이를 돌파했다. 국민의힘 입당 여부를 두고 이준석 대표와 신경전을 벌이던 지난해 7월 25일 윤석열은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근처 치킨집에서 ‘치맥회동’을 가지며 매듭을 풀었다. 지난해 12월 3일 선거대책위원회 인선 등을 두고 갈등이 생겨 이 대표가 잠행에 나섰을 때 역시 술자리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당시 윤석열은 울산에 있는 이 대표를 찾아가 불고깃집에서 함께 맥주를 마셨다. 다만 “선거 기간에는 술을 끊어야 한다”는 당내 비판이 이어지자 지금은 술자리를 거의 가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달리는 차 안에서 식은 도시락 먹으며…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해 12월 12일 경북 군위군 군위영천휴게소에서 라면을 먹고 있다. [유튜브 이재명 캡처]
휴게소에 들러 따뜻한 음식을 먹기도 하지만 이때도 마음이 불편하다. 항상 다음 일정에 쫓기는 탓이다. 지지자들의 촬영은 덤이다. 지난해 12월 이재명은 경북 군위군 군위영천휴게소에 들러 추억의 도시락과 라면을 주문했다. “맛있게 먹어보겠다”며 수저를 들었지만 시간에 쫓겨 8분도 채 지나지 않아 식사를 마쳤다. 한 민주당 의원은 “대선 후보 입장에서는 식사 자리가 단순히 ‘음식을 먹는 자리’가 아닌 경우가 많지 않나. 식사가 불규칙할 수밖에 없어 한 끼라도 제대로 먹었으면 하는 욕심도 있는 것 같더라”라고 말했다.
대선 이후에도 두 후보 모두 ‘마음 편한 식사’는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치인의 식사는 일반인의 식사와 다르다”고 말한다. 윤덕노 음식문화평론가는 “정치인은 식사 자리에서 굉장히 에너지가 넘친다. 상대방과의 대화를 주도하느라 정작 본인은 식사를 제대로 못 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김밥 등을 먹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이 되면 식사 자리의 무게가 더 무거워진다. 식사가 가지는 의미를 매번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윤 평론가는 역대 대통령 중 ‘식사의 정치’를 잘한 사례와 그렇지 못한 사례로 각각 박정희, 김영삼 전 대통령을 꼽았다. 다음은 윤 평론가의 말이다.
“일반 시민 입장에서는 대통령과 식사가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들에게마저 자신을 상징하는 요리인 칼국수를 대접했다. 국민 입장에서는 대통령과의 식사를 자랑하고 싶을 텐데 칼국수를 내놓아서야 되겠나. 반면 박정희 전 대통령은 손님은 잘 대접하되, 허구한 날 얼굴을 보는 출입기자들과는 칼국수를 먹었다. 이로써 자신의 서민적 취향을 기사로 잘 전달할 수 있었다. 대통령이 되면 항상 식사 자리가 가지는 의미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해 10월 23일 울산 남구 신정시장 내 돼지국밥집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25호에 실렸습니다》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