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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몫까지”…故 최숙현 부친, 동계올림픽 한국대표팀 응원 ‘감동’

입력 | 2022-02-06 08:23:00


폭행과 가혹행위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58)씨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대표팀을 응원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6일 경북 칠곡군에 따르면 최씨는 전날 딸을 잃은 슬픔을 누르고 한국대표팀을 응원하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파이팅을 외치며 선수들에게 기를 불어넣었다.

최숙현(당시 22세) 선수는 2020년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에서 팀 내 지도자와 선배 선수의 괴롭힘에 오랫동안 시달리다가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의 죄를 밝혀줘’ 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7월 가혹행위를 저지른 감독과 주장에게 각각 징역 7년과 징역 4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아버지 최씨는 동계올림픽 이야기가 나오자 선수의 꿈을 제대로 펼쳐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딸 생각에 눈시울을 붉히기 시작했다.

최 씨는 “숙현이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해 부모님을 호강시켜 드리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 대한민국 선수들이 숙현이의 꿈을 대신 이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딸을 잃은 고통을 어려운 이웃을 돕는 기부와 스포츠 선수 인권 운동으로 승화시켜 나가고 있다.

칠곡군 기산면에서 과수농사를 짓고 있는 최씨는 2012년부터 추석, 설 등의 명절이면 칠곡군 주민생활지원과를 통해 형편이 어려운 100여 가구에 사과를 기부했다.

딸이 세상을 떠난 해에도 기부를 중단하지 않았다.

지난해부터는 칠곡군 에티오피아 후원 사업에도 동참해 매월 일정액을 기탁하고 있다.

특히 에티오피아 지원 사업에는 본인뿐만 아니라 지인 10여 명의 동참을 이끌어 내는 등 나눔 전도사 역할도 자처하고 있다.

최씨의 마지막 소원은 딸의 이름을 딴 ‘최숙현 재단’을 설립해 스포츠 폭력을 예방하고 피해 선수들을 돕는 것.

그는 민사 재판이 종결되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최씨는 자식을 잃은 아픔에도 각종 단체에서 지역 발전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왕성한 활동을 이어왔다”며 “두 번 다시 이러한 불행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최씨는 “정치 이념을 떠나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를 위해 선수들은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며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에게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 줄 것”을 당부했다.



[칠곡=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