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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묘지 찾은 윤석열, 88일 만에 또 ‘반쪽 참배’

입력 | 2022-02-06 13:08:00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6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았으나 ‘전두환 옹호 발언’ 논란에 성난 광주시민의 반발에 부딪혀 또 다시 ‘반쪽 참배’에 그쳤다. 지난해 11월에 이어 88일 만의 오월 영령 참배도 공식 헌화·분향 없이 묵념으로 끝났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11시 59분께 경력 200여 명이 삼엄한 경비를 펼치는 가운데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 앞 민주의 문에 들어섰다.

도착 직후 윤 후보의 참배를 반대하는 5·18 단체와 대학생들은 “전두환 옹호하는 윤석열은 사퇴하라”를 외쳤다.

광주 지역 시민단체 20여 명이 ‘학살자 미화하는 당신이 전두환이다. 국민이 원하는 건 사과 아닌 사퇴’ 라고 쓰여진 대형 현수막을 들었다.

‘학살자 비호하는 자 오월 영령 앞에 설 자격 없다’, ‘망월동에 오지 마라! 학살자의 후예들’ ‘민주화운동을 정치적 홍보수단으로 여기지 말라’, ‘학살자 옹호한 자 광주 땅 밟지 말라’ 등 항의 손팻말도 들었다.

이에 질세라 전국에서 모인 지지자들도 “윤석열”을 연호했다. 앞서 우파·보수 성향 유튜버 등은 확성기를 들고 “선거를 방해하지 말라”는 취지로 윤 후보의 참배에 반발하는 일행에 맞섰다.

윤 후보는 민주의문 방명록에 ‘5월 정신 이어받아 자유민주주의 지키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후 정운천 전북도당 위원장, 김화진 전남도당 위원장 등 당직자, 수행원과 지지자와 함께 참배에 나섰다.

공식 참배 음악인 ‘님을 위한 행진곡’ 반주에 맞춰 윤 후보 일행은 5·18민중항쟁 추념탑으로 향했다.

윤 후보 일행은 경찰·경호원·수행원과 지지자 등에 둘러싸인 채 이동했고, 별 다른 충돌 없이 4분여 만에 추념문에 이르렀다. 그러나 공식 헌화·분향 장소인 추념탑 앞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추념탑 앞에는 오월어머니회와 한 대학생 단체가 눈발 날리는 날씨 속에서도 비옷을 입고 간이 의자에 앉았다. 이들은 말 없이 항의 팻말을 든 채 참배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윤 후보 일행은 결국 추념탑을 30m 앞둔 자리에 멈춰 서서 곧바로 참배를 했다. 5·18민주묘지관리소 직원의 안내에 따라 일제히 묵념했다. 윤 후보도 잠시 고개를 숙인 뒤 곧바로 발걸음을 돌렸다.

‘전두환 옹호’ 발언, ‘개 사과’ 등으로 논란을 빚은 지 3주 만인 지난해 11월 10일 5·18민주묘지를 찾았다가 ‘반쪽 참배’에 그쳤다. 이로부터 88일 만인 이날 ‘반쪽 참배’가 재연된 셈이다.

당시 윤 후보는 5·18단체와 광주시민의 거센 반발에 직면, 민주의 문에서 추념탑까지 걸어서 2분 거리를 20분가량 걸려 이르렀다. 그러나 참배단을 20여 m 앞두고 헌화·분향은 하지 못하고 묵념, 사과문 낭독만 하고 발길을 돌렸다.

되돌아가던 윤 후보는 민주광장에 이르러 취재진에게 소감에 대해 “분향을 막는 분들이 계셔서 분향은 못했지만 마음속 으로 우리 5·18희생자의 영령을 위해 참배는 잘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월정신이 피로써 민주주의를 지킨 것이기 때문에 저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 모두 5월 정신을 잊지 않아야 한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오월의 정신은 항거의 정신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와 국민통합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공식적으로 광주를 방문할 때에는 꼭 민주묘지를 찾아서 자유민주주의와 국민통합의 상징에 대해서 예를 갖추고 다시 한번 마음가짐을 바로잡는 것이 정치인으로서 맞는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의 참배를 가로막은 한 시민은 “거짓과 망언으로 일관하는 후보다. 진심 어린 사과 한 마디 들어본 적이 없다”며 “어떻게 ‘전두환이 5·18과 군사쿠데타를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할 수 있느냐. 전두환에서 어떻게 5·18을 뺼 수 있는지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분노했다.

윤 후보 일행은 이날 낮 12시 15분 차량에 올라 곧바로 5·18민주묘지를 떠났다.

오후에는 광주 서구 화정동 HDC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 붕괴사고 현장을 방문한다. 윤 후보는 유족들과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고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원인 규명과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한다.

이어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광주 선대위 필승결의대회에 참석한 후 지역 언론 간담회를 갖고 호남 공약을 소개할 계획이다.




[광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