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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인력난 해소 위해 해남군에 외국인 근로자 기숙사 세운다

입력 | 2022-02-07 03:00:00

황산면 옥동초교 부지에 내년 건립
근로자 생활 안정돼 농가에 도움
인건비 부담 줄고 생산성 높아질 듯




“외국인 근로자 기숙사가 들어서면 농번기에 일손이 부족해 애를 태우는 일은 줄어들 것 같아요.”

전남 해남군 황산면 호동마을에서 유기농산물을 재배하는 정애경 씨(60·여)는 해남에 외국인 근로자가 상시 거주하는 기숙사가 들어선다는 소식을 무척이나 반겼다.

6일 해남군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 기숙사는 내년에 황산면 옥동초등학교 폐교 부지에 건립된다. 총 24억 원을 들여 군유지 3000m² 터에 지상 2층, 총면적 964m² 규모로 지어진다. 남녀 기숙사를 비롯해 상담실, 커뮤니티 공간, 공유 주방 등을 조성해 외국인 근로자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다.

해남군은 농림축산식품부의 ‘2022년 농업 근로자 기숙사 건립’ 공모에 거점형으로 선정돼 이 같은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폐교 부지 활용과 외국인 체류 기간 연장 등 인력 수급 안정을 위한 사업 계획이 이번 공모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 농촌 인력난 해소하는 외국인 근로자 기숙사

해남군은 논밭 재배 면적이 3만5000ha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경지 면적을 보유하고 있다. 농산물 생산이 많다 보니 농번기에는 하루 최대 3000여 명 규모의 일손이 투입되고 있는데 이 중 외국인 근로자는 700여 명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국인 입국이 제한되면서 농촌 일손 부족 현상이 극심해지고 있다.

연중 고구마, 고추, 배추, 대파 등을 수확하는 정 씨도 코로나 확산 이후 농촌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워졌다. 지난해 가을철에는 외국인 근로자 일당이 16만 원까지 올라 일부 작목 재배를 포기할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정 씨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안정적인 주거 공간이 만들어지면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인력을 쓸 수 있어 농가의 인건비 부담이 줄고 생산성은 높아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명현관 해남군수도 그동안 수차례 중앙 부처를 방문해 외국인 근로자의 체류 기간을 늘리고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합법화된 전용 기숙사 건립이 필요하다는 것을 적극 설득했다고 한다. 명 군수는 “그동안 외국인 근로자는 농촌 빈집이나 컨테이너에 거주하는 등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는 경우가 많았다”며 “외국인 전용 숙소가 건립되면 근로자의 생활이 안정되고 코로나19로 인력난을 겪고 있는 농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전국 최다 농업 근로자 기숙사 선정

농식품부는 이번 공모에서 서면평가를 통과한 전국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현장평가를 거쳐 8개 시군을 사업지역으로 확정했다. 전남은 전국 8곳 가운데 가장 많은 4곳이 선정됐다. 거점형인 해남군을 비롯해 마을형에 담양군·무안군·영암군이 각각 선정됐다. 시도별로는 전남 4개 군, 충남 2개 시군, 경북·전북 각 1개 군이다.

전남도는 올해부터 2023년까지 국비 35억 원을 포함해 총 125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한다. 기숙사가 건립되면 거점형은 120여 명, 마을형은 50∼80여 명의 내국인과 외국인 근로자가 농촌에서 생활하며 농업 분야에서 근로활동을 한다. 기숙사 운영은 시군 또는 위탁기관에서 전담한다. 근로자를 직접 고용해 단기간 농작업이 집중된 시기에 농가에 인력을 파견하는 형태로 지원해 중소 규모 농가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사업은 농식품부가 전남도의 건의를 받아들여 올해 신규로 추진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마을형으로 선정된 담양·무안·영암은 각각 딸기, 무화과, 양파·마늘 주산지의 명성답게 지역 농업 여건을 반영한 입지 선정과 운영 방식 등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소영호 전남도 농축산식품국장은 “농촌 고령화와 인건비의 꾸준한 상승 등 농촌 인력 문제는 농업·농촌의 지속성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실정”이라며 “안정적인 고용을 위해 농작업이 단기간 집중되는 밭작물 주산지 시군에 농업 근로자 기숙사를 지속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