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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새 설계 적용해 다시 쏜다… 발사시기는 1∼2개월 늦춰질 듯

입력 | 2022-02-07 03:00:00

[사이언스&테크]항우연, 보완 설계 변경안 도출
3단 엔진 헬륨탱크 고정 장치에 1∼2단과 같은 ‘기계적 구조’ 적용
현재 제작 중인 누리호 2·3호, 새로운 설계 교체 공정 난항 예상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지난해 10월 21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지난해 10월 21일 첫 발사에서 위성 모사체를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실패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를 보완할 설계 변경안이 도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6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 따르면 실패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3단 엔진의 헬륨 탱크 내 고정장치를 비행 중 이탈이 없었던 1, 2단의 헬륨 탱크 내 고정장치와 유사한 원리로 고정해 비행 중 이탈을 막는 설계 변경안을 적용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3단 엔진 헬륨 탱크에 적용될 새 고정장치는 구조 분석을 완료하고 제작에 돌입했다. 2차 발사 때 실릴 성능 검증용 위성 개발의 상세 일정이 이달 중순 나올 예정이라 2차 발사 시기도 그 무렵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 기계 구조를 이용한 설계 변경

누리호 3단 엔진 산화제 탱크의 고압 헬륨탱크 배관 배치도. 1차 발사 시 고압 헬륨탱크를 지지하는 구조물이 헬륨탱크가 받는 부력을 견디지 못해 파손되며 헬륨탱크가 산화제 탱크에 충격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누리호는 1.5t의 실용위성을 고도 600∼800km의 지구 저궤도 투입을 목표로 개발된 3단형 우주발사체다. 독자 기술로 확보한 75t급 액체 엔진 4기를 묶어 300t의 추력을 내는 1단 엔진과 75t급 액체엔진 1기로 구성된 2단 엔진, 7t급 액체엔진 1기로 이뤄진 3단 엔진으로 구성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항우연은 누리호 1차 발사에서 위성 모사체가 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원인을 분석한 누리호 발사조사위원회 조사 결과를 지난해 12월 29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3단 엔진의 산화제 탱크 안에 장착돼 탱크 내부 압력을 유지하는 헬륨 탱크의 고정장치가 비행 중 풀렸다.

누리호 비행 때 최대 4.3G(G는 표준 중력 가속도 단위·1G는 지상에서의 중력)의 가속도가 발생하는데 이때 부력(浮力)을 고려하지 않고 고정장치를 설계한 탓이다. 이 과정에서 이탈한 헬륨 탱크가 산화제 탱크 내부를 돌아다니며 충격을 줬고, 결국 연료를 태우는 역할을 하는 산화제가 누설되며 3단 엔진이 애초 계획된 521초보다 46초 짧은 475초에 일찍 꺼졌다.

항우연 연구팀은 조사 결과 발표 후 즉각 설계 변경안 도출에 착수해 약 3주 만에 결과를 내놨다. 기다란 실린더 형태의 산화제 탱크 벽을 이용해 헬륨 탱크를 단단히 고정하는 1, 2단 엔진처럼 3단 엔진도 기계의 구조를 이용해 고정한다는 계획이다.

전영두 항우연 발사체체계종합팀장은 “3단 엔진의 산화제 탱크는 동그란 공 형태로 헬륨 탱크의 하부를 고정장치로 잡고 있는 구조”라며 “1차 발사 때 3단 엔진의 경우 헬륨 탱크 하단부와 고정장치 간의 마찰력으로 고정하는 원리였다면 설계 변경안은 기계 구조를 이용해 고정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팀장은 새로운 설계를 펜에 비유했다. 가령 펜을 주먹으로 꽉 쥐고 있다가 펜을 훅 잡아당기면 펜이 빠질 수 있다. 반면 펜 끝에 걸쇠를 만들면 훅 잡아당겨도 걸쇠가 손에 걸려 빠지지 않는다. 전 팀장은 “걸쇠가 부서지지 않는 이상 고정장치는 풀리지 않는다”며 “이미 구조해석을 통해 걸쇠가 부서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 산화제 탱크 모든 부분 보강…설계 변경안 적용 공정 까다로워
항우연 연구팀은 헬륨 탱크 고정장치 외에 누리호가 비행할 때 3단 엔진 산화제 탱크에서 약할 것으로 추측되는 부분들을 보강하는 설계도 완료했다.

하지만 설계 변경안을 현재 제작 중인 누리호 2·3호에 적용하는 작업은 만만치 않다. 누리호 2호는 3단 엔진 장착을, 3호는 3단 엔진의 산화제 탱크 제작을 마친 상태다. 전 팀장은 “산화제 탱크 안에 들어가 작업해야 하는데 3단 엔진은 크기가 작고 복잡하게 설계돼 작업공간을 확보하기 힘들다”며 “헬륨 탱크 고정장치가 산화제 탱크 아랫부분에 있다는 점도 작업을 까다롭게 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현재 3단 엔진 장착을 마친 2호보다 그나마 작업이 수월한 3호부터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누리호 2차 발사는 새 설계를 적용한 제품의 제작과 시험, 교체 작업의 난도를 고려하면 당초 예정일인 5월 19일보다 1∼2개월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변수는 2차 발사 시 실을 180kg의 성능 검증용 소형 위성의 제작 일정이다. 아직 구체적 일정이 나오지 않았다. 안전한 발사와 신속한 발사의 절충점을 찾는 게 최대 과제다. 전 팀장은 “누리호 2차 발사 시점의 윤곽이 이달 중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