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대장동 개발업자인 화천대유에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아들을 통해 50억 원을 받은 혐의로 4일 구속됐다. 지난해 12월 첫 구속영장은 기각됐지만 검찰이 혐의를 추가해 65일 만에 영장을 발부받았다. 민정수석비서관과 재선 국회의원을 지내 누구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검사 출신 법조인이 개발업자와 검은 공생관계로 비쳐 구속된 것 자체가 충격적이다.
하지만 검찰 수사는 답답할 정도로 더디다. 이른바 ‘50억 클럽’ 인사 6명 중 곽 전 의원이 지난해 9월 이후 넉 달 만에 처음 구속됐기 때문이다. ‘정영학 녹취록’에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누구에게, 어떤 형태로 돈을 줄지 말하는 내용이 나온다. ‘곽 전 의원이 아들을 통해 돈을 달라고 해 골치가 아프다’는 취지의 김 씨 발언은 공개됐다. 상식적으로 녹취록 중 곽 전 의원 부분만 실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대장동 개발로 1조 원 이상의 수익을 가져간 화천대유의 비호세력이 곽 전 의원 한 명뿐일 리가 없다.
특히 화천대유 고문을 지낸 권순일 전 대법관과 박영수 전 특별검사는 곽 전 의원만큼 지위가 높고, 의혹도 구체적이다. 권 전 대법관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전후해 김 씨를 집무실에서 8번 만났다. 박 전 특검은 사업 초기 화천대유에 5억 원을 송금했고, 화천대유 직원으로 근무한 딸이 회사 몫의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누가 봐도 김 씨의 법조계 핵심 인맥인데 검찰은 이들을 각각 두 차례만 소환했을 뿐 강제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 대법관과 고검장 출신이라서 봐주기 수사를 하는 건지 의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