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경 45cm 우물 근처서 놀다 빠져 토사 붕괴 위험에 구조대원들 사투, 시민들도 직접 흙 파고 구조 나서 텐트노숙 응원에 온라인 생중계도… 나흘만에 아이 꺼냈지만 끝내 숨져
라얀 오람이 빠진 우물 입구. 45cm의 좁은 지름으로 구조대원의 진입이 불가능했다. 사진 출처 트위터·타모로트=AP 뉴시스
라얀이 갇힌 우물의 깊이는 32m. 우물 입구의 직경이 45cm에 불과해 구조대원이 들어갈 수가 없었다. 구멍은 아래로 내려갈수록 계속 좁아져 직경이 25cm 정도였다. 라얀은 이 좁은 틈으로 애타게 구조의 손길을 기다렸다.
라얀 오람(5)이 빠진 우물은 구멍이 너무 좋아 진입이 불가능했다. 구조대는 굴착기로 우물 옆 땅을 파서 라얀이 갇혀있는 32m 깊이까지 내려가기로 했다. 토사가 붕괴될까봐 작업은 달팽이 속도로 진행됐다.
우물 밖에선 많은 시민들이 텐트를 치고 노숙을 하며 구조 소식을 기다렸다. 모로코 남부에서 급하게 올라온 한 남성은 온몸이 흙투성이가 되도록 우물로 이어지는 굴을 100시간 넘게 손으로 팠다. 한 15세 소년은 “제가 라얀보다 열 살이 많아요. 제가 형인데 어떻게 동생을 돕지 않을 수 있겠어요”라며 직접 우물 안으로 들어가려다 너무 좁아 포기했다.
구조작업이 이어진 5일 동안 우물 밖에선 전국 각지에서 많은 시민들이 모여들어 라얀의 무사 귀환을 기도했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라얀 구하기(Save Rayan)’ 운동이 번졌다. 구출 작업 상황이 지역 언론과 유튜브 등을 통해 생중계됐다. 한 누리꾼은 “이틀 동안 한숨도 못 잤다. 라얀이 안전히 구출되기를 계속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과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 각국 대사관도 라얀의 생환을 기원하는 글을 올렸다. 스웨덴의 한 건설기계 업체는 굴착 작업에 필요한 모든 장비를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5일 오후 라얀이 갇힌 곳까지 불과 80cm를 남겨두고 있었다. 구조대는 토사가 무너지지 않도록 시간당 20cm씩 굴을 파 이날 오후 9시 반경 라얀을 우물에서 빼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라얀은 병원으로 향하던 구조 헬기 안에서 끝내 숨을 거뒀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