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운영에 기후 변화는 핵심적인 이슈가 됐다. 43개국의 기업 이사 4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응답자 4명 중 3명은 기후 변화가 회사 운영에 실제로 중요한 문제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런 대답은 현실과 괴리가 크다. 응답자의 72%는 회사가 기후 변화 관련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답했지만 회사의 43%는 탄소 감축 목표를 설정하지도 않았다.
기후 변화라는 중대한 변화에 이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먼저 기후 변화가 회사의 핵심 이슈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효과적으로 감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사회 구성원의 85%는 기후 변화와 관련한 지식을 더 쌓아야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관련 지식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많은 이사들은 환경, 사회, 거버넌스(ESG)의 책임 규모와 복잡성에 압도돼 어디서부터 시작할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는 외부에 자문하거나 관련 분야 전문가를 단기로라도 이사로 선임해 보완할 수 있다.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 이사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기후 변화는 명시적으로 이사회 안건에 포함돼야 한다. 핵심 안건과 일일이 연계하기가 어렵다면 특정 사업부나 제품 라인, 자산 등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 기업이 속한 업계나 이사회의 지식수준에 따라 기후 변화 이슈를 포함하는 정도도 달라져야 한다. 지속가능성 위원회를 두고 기후 변화가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하거나 전문가 사외이사(NED), ‘탈탄소화 태스크포스(TF)’와 같은 기구를 활용할 수도 있다.
채용이나 보상도 기후 변화 목표와 연계할 수 있다. 설문조사 응답자의 35%만이 회사가 신임 최고경영자(CEO)를 선출할 때 기후 변화 관련 요건을 공식적으로 고려한다고 답했다. 또 26%만이 경영진의 성과를 측정할 때 기후 변화 목표를 고려한다고 답했다. 이는 경영진 고용과 보상을 기후 변화 목표와 적극 연계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CEO를 포함한 경영진에게 기후 변화 목표 설정 및 달성에 대해 명확한 책임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기후 변화 목표와 관련된 보고도 재무 보고만큼 강화해야 한다. 이제까지는 기후 변화와 관련해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보고 기준이 없었지만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이후 표준화된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 기준이 마련됐다. 변명의 여지가 없어진 셈이다. 따라서 기업은 기후 변화 관련 보고를 강화하고 회계감사인은 이와 관련된 지침을 제공해야 한다.
물론 보고 및 규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가능한 회사의 목적에 기후 변화 어젠다를 포함해야 한다. 기후 변화 어젠다를 현실적으로 이행하려면 세부 사항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큰 그림을 봐야 한다. 회사가 추구하는 목적에 기후 변화 어젠다를 포함한다면 관련 의사결정을 내리기 수월해진다. 구체적인 조치가 성공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사회 의장 역할도 중요하다. 의장은 기후 변화에 대한 이사회 관심을 주도하며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또 회의의 중심에 있는 만큼 기후 변화 관련 우선순위를 정하고 솔직하고 열린 논의를 보장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사회와 회사가 2022년, 그리고 그 이후에 기후 변화와 관련된 이슈에서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고민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론 수니우스 인시아드(INSEAD) 임원
루이스 베슬란트·앨리스 브리든
하이드릭 & 스트러글스(Heidrick & Struggles) 파트너
정리=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