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달 27일 이뤄진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실험에서 핵폭발 파괴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공중폭발 기술을 시험했다는 미국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북한이 유사시 한반도 수백㎞ 상공에서 핵무기를 폭발시켜 미국까지 전자기펄스(EMP) 공격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가운데 SRBM으로 탄두 폭발시점을 조절하는 기술을 시험한 정황이 포착됐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순항미사일 등 단거리 미사일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대상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6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VOA)에 “사진과 영상을 볼 때 미사일이 목표물에 도달하기 전 공중에서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상 병력 등에 미치는 영향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기에 재진입한 뒤에도 격발시스템 등을 유지하고 정확하게 폭발시키는 기술을 확보하면 핵무기로도 똑 같이 할 수 있다”며 “북한이 선택한 고도에서 탄두를 폭발시킬 수 있는 중요한 문턱을 넘었다는 경보신호”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달 27일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미사일을 실험했다. KN-23은 저고도로 비행경로를 바꿔 요격을 피할 수 있는 지대지 전술유도탄. 특히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 공개한 사진에는 폭발 후 구(球) 형태의 화염이 발생한 장면이 포착됐다. 이 때문에 국내 전문가들도 북한이 목표 도달 직전 공중에서 터지는 열 압력 탄두를 실험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북한은 2017년 9월 수소폭탄을 개발했다면서 “우리의 수소탄은 전략적 목적에 따라 고공에서 폭발시켜 광대한 지역에 대한 초강력 EMP 공격까지 가할 수 있는 다기능화된 열핵전투부”라고 주장한 바 있다. EMP 공격은 핵탄두 공중 폭발로 생기는 강한 전자기파가 지상의 모든 전자기기를 망가뜨리는 것으로 ‘전자폭탄’으로 불린다.
하이노넨 연구원은 “순항미사일 개발 진전을 막기 위한 유엔 안보리 행동이 필요하다”며 “아직은 핵무기 탑재가 어려울지 몰라도 다른 대량살상무기(WMD)를 운반할 수 있다. 순항미사일도 새로운 유엔 안보리 결의에 추가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소장도 “북한 순항미사일 발사를 유엔 안보리 결의에서 생략한 것은 엉성한 결정이었다”며 “북한은 분명히 핵무기 운반에 순항미사일을 사용하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