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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인혁 애도한 홍석천 “내가 아웃팅했다고? 이 살인자들”

입력 | 2022-02-07 17:11:00


홍석천 인스타그램 갈무리

방송인 홍석천이 악성댓글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배구선수 고(故) 김인혁을 추모하는 글에도 악플이 달리자 “너희들은 살인자”라며 분노했다.

홍석천은 7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악플러들한테 한마디 하자. 악플 다는 인간들은 글 이해력도 없는 거냐. 무슨 아웃팅이고 무슨 고인모독이냐”면서 이같이 말했다.

앞서 홍석천은 지난 5일 인스타그램에 “말 한마디 하기 힘든 요즘 그 비겁함에 또 한 명의 동생을 지키지 못했다. 나와 다르다는 이유 하나로 사람을 공격하고 차별하고 죽음으로 몰고 가는 사람들의 잔인함은 2022년 지금 이 땅에서 매일 벌어지고 있다”는 글과 함께 영화 ‘그린북’의 한 장면을 올렸다.

‘그린북’은 1960년대 흑인 피아니스트 돈 셜리 박사(마허샬라 알리 분)가 미국 남부 투어를 떠나면서 겪는 인종차별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극 중 직접적인 언급은 나오지 않지만 셜리 박사가 동성애자임을 암시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에 일부 누리꾼들은 홍석천이 ‘다르다’는 표현을 쓴 점, ‘그린북’ 사진을 올린 점 등을 들어 고인에 대해 ‘아웃팅’을 했다고 주장했다. 아웃팅이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다른 사람에 의하여 강제로 밝혀지는 일을 말한다.

홍석천 인스타그램 갈무리

홍석천은 이에 대해 “‘다르다’는 말뜻이 동성애자라는 게 아니라 보통이 생각하는 남자배구선수와는 조금 다른 자기표현 방법 때문에 온갖 악플과 스트레스를 견뎌야 했던 인혁이의 아픔을 얘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커밍아웃하고 22년 동안 수많은 악플을 견뎌왔는데 이젠 나도 좀 할 말은 해야겠다”며 “악플러 니들은 살인자다. 이젠 못 참겠다. 고인과 고인 가족을 더 힘들게 하지 말고 이제 그만하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인혁이가 그동안 어떤 일들을 당했는지,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모르면 잠자코 입 다물고 있어라”라며 “너희들 손끝에서 시작된 칼날에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갔는지 난 분명히 기억할 거다. 악플방지법이든 차별금지법이든 시스템이 안 되어 있다고 마음껏 손가락질해도 되는 건 아니다. 그 칼날이 너희 자신을 찌르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남자 프로배구 삼성화재 소속 김인혁 선수는 지난 4일 경기 수원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유서로 추정되는 메모가 발견된 점, 외부의 침입 흔적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해 김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인혁은 생전 SNS를 통해 악성 댓글로 인한 고통을 호소한 바 있다. 지난해 8월에는 “10년 넘게 들었던 오해들, 무시가 답이라 생각했는데 저도 지친다”며 “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수년 동안 괴롭혀온 악플들 그만해 달라. 버티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