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현존 최고의 알파인 스키 선수로 평가받는 미카엘라 시프린이 실격됐다. 중국 옌칭 국립알파인스키센터에서 열린 스키 알파인 여자 대회전 경기에서 그는 1차 시기 균형을 잃으며 넘어졌고 실격으로 탈락했다. [서울=뉴시스]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나버렸다.”
‘스키 여제’ 미케일라 시프린(27·미국)은 7일 중국 베이징 옌칭 알파인스키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알파인스키 여자 대회전 첫 주행에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4년 전 평창 대회에서 이 종목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시프린이 탈락하는 순간이다. 활강, 회전, 대회전, 슈퍼대회전, 복합 등 이번 대회 5개 전 종목을 석권하겠다는 꿈도 깨졌다.
결승선에 가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떨군 건 시프린만이 아니다. 넘어지거나 코스를 이탈해 완주하지 못한 선수는 평창 대회(21명) 때보다 10명 늘어난 31명. 뒤이어 열린 남자 활강 경기에서도 레이스를 끝내기 못한 선수가 평창 때(2명)보다 3배 늘었다. 특히 두 번째 주자로 나섰다가 안전망으로 미끄러진 도미니크 스와이저(31·독일)는 팔과 어깨가 부러질 정도로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
실력보단 스키장의 강추위와 강풍이 승부를 가르는 일종의 ‘제비뽑기식 레이스’가 펼쳐지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다. 각국 선수단은 시속 24km 속도의 강풍이 불고 영하 15도에 체감온도는 35도까지 떨어지는 스키장의 악조건을 비판했다. 출발 지점의 높이만 해도 해발 1920m로 한라산(1950m)에 맞먹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때문에 대회 시작 전까지 테스트 주행 한 번 하지 못하도록 한 주최 측의 운영 방식도 논란이다.
전날 열릴 예정이던 남자 활강 경주도 강풍 탓에 이날로 미뤄졌다. 대회 개막 전 강풍으로 연습 일정이 연기되자 알렉산더 오모트 킬데(30·노르웨이)는 “바람 부는 방향이 제각각이다. 이런 바람에 타는 건 미친 짓이다”고 분노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날 여자 대회전과 남자 활강은 각각 사라 헥토르(32·스웨덴)와 베아트 포이츠(35·스위스)가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거는 이변(?)으로 마무리됐다.
김재형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