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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루이비통 등 철수… ‘3중고’ 갇힌 면세점들

입력 | 2022-02-08 03:00:00

한때 ‘황금알 낳는 거위’ 시내 면세점… 규제 등에 막혀 경쟁력 잃고 ‘휘청’
면세한도 9년째 600달러 묶여… 주요 명품 가격 백화점보다 비싸
명품 소비 열풍은 ‘남의 잔치’… 中업체, 정부 파격지원 세계1위로




샤넬부터 루이비통, 롤렉스까지 명품 업체들이 줄줄이 시내 면세점을 떠나고 있다. 최근 샤넬은 다음 달 말 롯데부산, 신라제주 등 시내 면세점에서 철수한다고 해당 면세점에 통보했다. 같은 샤넬 매장이라도 백화점은 ‘오픈런’이 이어질 정도로 초호황을 이루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국내 면세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명품업체들의 이탈과 낮은 면세한도, 중국 면세점의 부상이라는 ‘3중고’에 막혀 경쟁력을 잃고 있다. 정부가 면세업계 진작을 위해 다음 달부터 5000달러(약 600만 원)로 묶인 ‘구매 한도’를 폐지한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다른 규제가 그대로 남은 상황에서는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온다.



○ 코로나·중국·규제까지 꽁꽁 묶인 ‘3중고’


7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루이비통은 올해 1월 롯데제주 운영 중단을 시작으로 3월부터 시내 면세점 운영을 순차적으로 중단할 계획이다. 롤렉스 역시 지난해 말부터 시내 면세점에서 철수를 시작해 현재 2곳만 운영 중이다. 중국 보따리상(다이궁)이 국내 면세점에서 가격 후려치기를 하거나 중국 본토에서 해당 물건을 되팔 때 가품을 끼워 파는 등 브랜드 이미지를 하락시킨다는 이유다.

명품업체의 이탈은 국내 면세업계에도 타격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길이 막히며 매출이 급감해도 명품들을 사가는 다이궁들로 근근이 버텨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런 면세업계의 현실을 감안해 다음 달부터 5000달러에 묶여 있던 내국인 구매 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작 면세한도 600달러(약 72만 원)는 9년째 그대로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본보가 주요 명품 6종의 면세점 가격과 백화점 가격을 비교한 결과 면세점이 백화점보다 최대 34% 더 비쌌다. 까르띠에 ‘산토스 드 까르띠에 워치 라지’의 원래 면세가는 906만 원으로 백화점가(935만 원)보다 낮지만 600달러 초과분에 대해 두 번의 과세(고가품 기준인 185만2000원까지 20%, 나머지 초과분에 대해 50% 간이과세)를 거친다. 이 경우 세금이 총 346만 원으로 불어나 최종 구매가는 1252만 원이 된다. 면세한도가 실제 명품가보다 너무 낮게 책정돼 있다 보니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 주요 제품 역시 세금을 더하면 면세점이 백화점보다 12∼33% 더 비싸지는 ‘이상한 가격’이 속출하게 되는 것.


○ ‘세금 폭탄’에 보복소비 열풍에서도 소외
국내 면세업이 경쟁력을 잃고 있는 반면 중국은 내수 활성화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면세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중국은 하이난을 면세특구로 개발하면서 면세한도를 10만 위안(약 1886만 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하이난을 방문한 내국인이 본토로 돌아간 후에도 6개월간 온라인으로 면세품을 살 수 있게 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은 2020년 처음으로 세계 면세점 시장 1위에 등극했다.

한국의 면세한도는 △중국 5000위안(약 94만 원) △일본 20만 엔(약 208만 원) △미국 800달러(약 96만 원)에 비해서도 낮다. 글로벌 면세 전문지 무디리포트에 따르면 롯데와 신라면세점의 2020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각각 37.1%, 39.1% 하락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이후까지 산업을 유지시키기 위해선 단기 지원책도 필요하다”며 “면세한도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