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대장동 개발업자 화천대유의 횡령과 배임 의심 자료를 처음 받은 것은 작년 4월이었다. 계좌추적 영장을 신청하지 않는 등 경찰의 수사 미진이 드러난 같은 해 9월 “왜 검찰이 나서지 않느냐”는 질문에 검찰은 “직접 수사 범위가 아니다”고 했다. 횡령과 배임은 5억 원 이상만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데 당시엔 액수를 가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부패 혐의로 고발장이 접수된 뒤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대장동 의혹은 지금까지 검경이 각각 수사 중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형사소송법의 핵심은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 참사 등 6대 범죄 외에는 검사가 인지 수사를 못 하도록 막은 것이다. 하위 법령으로 4급 이상의 공무원, 3000만 원 이상의 뇌물 등 검사가 수사할 수 있는 범죄를 더욱 세분화했다. 흔히 ‘수사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라고 하는데, 수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수사가 끝나면 확정되는 죄명과 액수에 따라 수사 착수 기관을 미리 정한 것이다.
▷개정 형소법 시행 첫해인 작년 검찰이 3385건의 인지 사건을 처분했다고 대검찰청이 7일 밝혔다. 이는 전년도(6388건) 대비 절반가량 줄어든 것이다. 10년 전엔 1만6000여 건이었는데 검찰개혁 움직임이 커지면서 검찰의 인지 수사 총량은 급감했다. 규정상 수출입 관련만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마약 관련 범죄는 1년 새 4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됐다. 미제 사건 처리를 위해 야근을 하던 검사들은 요즘 ‘칼퇴근’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검경을 협력 관계로 바꾼 수사권 조정은 1954년 형소법 제정 이후 가장 큰 변화였다. 이제 와서 과거로 되돌리면 더 큰 혼란이 불가피하다. 검경 모두 보완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함께 각 수사기관이 상호 견제하는 방향으로 규정을 재정비해야 한다. 특히 대장동 의혹과 같은 대형 사건의 경우 수사 관할 신경전 등으로 신속한 수사에 지장이 생기지 않도록, 수사 공백과 허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정원수 논설위원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