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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년들의 직업 선택 기준[2030세상/배윤슬]

입력 | 2022-02-08 03:00:00

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너 아직도 그 일 하니?”

2년 넘게 만족하며 일하고 있는 내가 주변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보통 이런 질문은 평소에 직장이나 직업에 대해 자주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에게 하곤 한다. 하지만 나는 주변에 내 직업에 대해 불평한 적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내비친 적도 없다. 오히려 지금의 일에 만족하고 있으며, 어떤 직업적인 목표를 달성하고 싶은지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하는 편이다. 그런데도 비슷한 질문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건설현장 노동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도배사로 일하고 있지만 여전히 건설현장, 소위 말하는 ‘공사장’에서 일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취업을 할 때 많은 선택지가 열려 있었지만 높은 급여, 안정성, 사회적 지위 등 많은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이 아니라 나만의 기준을 세웠다. 수량과 품질로 명확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오로지 기술로만 승부하는 직업을 택하고 싶었다. 그렇게 범위를 좁히고 좁혀 찾은 직업이 도배사였다.

그러나 이런 내 선택의 이유와 과정,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다른 사람들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내 직업을 그저 젊을 때의 치기로 선택한, 잠깐 스쳐가는 직업으로 여기거나 혹은 사업을 하기 위해 거쳐 가는 과정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서는 세간의 관심을 받기 위해 특이한 직업을 선택했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건설현장에는 나 말고도 다양한 분야에 다양한 이유로 일을 하고 있는 청년들이 많다. 부모님을 따라 시작한 경우도 있고, 대기업에 다니다가 퇴사하고 마음 편한 일을 하고 싶어 시작한 사람도 있다. 나와 가장 가까이에서 일하던 동갑내기 친구는 머리는 좋았지만 공부는 하기 싫었고, 힘쓰는 것은 자신이 있어 시작했다고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각자의 이유와 고민은 안중에도 없이 능력과 스펙 부족으로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하며 냉랭한 시선을 던진다.

과거와 다르게 많은 청년들이 다양한 선택을 하는 이유는, 사회가 정해놓은 일정한 인생의 틀을 그대로 따라가느냐 그러지 않느냐의 차이일 것이다. 대학 졸업, 취업, 결혼, 출산, 육아가 기성세대에게는 ‘클리어(완수)’해야 하는 하나의 ‘미션(과제)’으로 여겨졌다면, 요즘의 청년들에게는 하나의 ‘옵션(선택)’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과 출산, 육아를 하기 좋은 안정적인 직업을 고를 수도 있지만, 그것들을 하지 않을 사람들은 좀 더 자유로운 선택을 하기도 한다.

요즘 청년들은 대부분 제각각의 이유로 직업을 택한다. 보편적이지 않을지라도 스스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념과 가치가 있고 그에 기반한 선택을 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만의 잣대로 ‘좋은 직업’과 ‘안 좋은 직업’을 나누는 기성세대가 많다. 내게도 ‘좋은 대학 나왔으면 공무원이라도 하지 왜 도배를 하느냐’는 얘기를 대놓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언젠가는 청년들이 다양한 생각과 판단을 통해 직업을 택한다는 것과, 그 안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있음을 이해받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