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기 시작한 야권 후보 단일화
“야권 후보 단일화의 최대 명분은 정권교체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7일 불붙기 시작한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선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서로 조건을 내걸고 (방법론에 대해) 실무 논의를 벌이는 단일화 협상은 의미가 없다”며 “윤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모두 정권교체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두 후보가 직접 만나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단일화를 하더라도 임박한 대선 일정을 고려해, 실무협상과 여론조사 등을 건너뛰고 윤-안 후보가 직접 담판으로 단일 후보를 결정하는 ‘쾌도난마식’ 해법에 국민의힘은 무게를 싣고 있다.
○ 단일화 가능성 “현재로선 51% 대 49%”
윤 후보와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이 이날 공개적으로 단일화를 언급하며 야권 후보 단일화의 불씨를 댕겼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윤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안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 “배제하지 않는다고 한 것 외에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에 대해 선대본 관계자는 “말 그대로 단일화가 대선 승리를 위한 선결조건은 아니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또 “윤 후보가 주변 의견을 종합해 안 후보와 직접 대화할 가능성이 높아 단일화 성사 가능성은 현재로선 51% 대 49% 정도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이번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안 후보를 서울 종로나 서초갑으로 전략공천한 뒤 차기 국민의힘 당권에 도전하도록 하는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안 후보가 조건 없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되 2024년 총선 공천권을 쥐고 있는 당권을 잡는 가능성까지 열어 놓은 것이다. 윤 후보가 새해 1호 공약으로 발표한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매개로 안 후보와 논의할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있다. 이에 대해 선대본 관계자는 “단일화와 관계없는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단일화 시기와 방법 등과 관련해 윤 후보는 최근 주변에 “단일화 문제는 나에게 맡겨 달라”며 전적으로 자신이 판단하고 결정하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 현실적 마지노선은 ‘대선 D-10’
양측이 지금까지 한 번도 공개석상에서 단일화 조건을 거론하지 않았던 만큼 예열 기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실무 협상을 건너뛸 경우 두 후보가 서로를 얼마나 신뢰하느냐가 (단일화 성사의) 관건”이라며 “각자 믿을 만한 채널을 극비리에 가동해 사전 탐색전을 벌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칠 경우 단일화가 대선에 임박해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안 후보는 이날 국민의힘이 단일화를 공개 언급하고 나선 데 대해 “이런 문제를 공개적으로 말한다는 것 자체가 저는 진정성이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