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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 한창인데 중국 기업 33곳 무더기 제재한 美

입력 | 2022-02-08 01:35:00

상무부, 중국 첨단기업 33곳 수출제재
FBI 중국 기업 산업기밀 탈취 수사 중
우크라이나 사태 속 미-중 갈등 확산될 듯




 조 바이든 행정부가 7일(현지시간) 중국 기업 33곳을 무더기로 수출통제 리스트에 올렸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러시아 지지를 선언하자 미 백악관이 “중국도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한 직후 중국에 대한 수출 통제가 전격 단행된 것이다. 베이징 겨울올림픽 와중에 진행된 이번 조치에 중국이 거센 반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국과 중-러간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이날 33개 중국 기업들을 ‘미검증 리스트(Unverified List)’에 올렸다고 보도했다. 미검증 리스트는 미 관세당국이 일반적인 통관절차를 확인할 수 없어 최종 소비자가 누구인지 검증할 수 없는 해외 수입업체이다.

이 리스트에 오르면 미국 수출기업이 해당 기업에 제품을 수출할 때 미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미국 기업의 제품을 수입할 길이 사실상 막히게 된다. 미검증 리스트에서 해제되려면 중국 정부는 미국 당국과 최종 소비자 검사를 허용해야 한다. 이날 상무부 조치에는 러시아와 아랍에미리트(UAE) 기업도 일부 포함됐다.

매튜 엑설로드 상무부 차관보는 성명에서 “이번 조치는 미국 수출기업들이 (최종 소비자에 대한) 실사를 거쳐 거래 위험을 평가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며 중국 정부에 최종 소비자 검증에 대한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검증 리스트에 오른 중국 기업은 대부분 전자기업들로 일부 광학 기업과 터빈 날개 제조업체, 대학 내 관영 연구소 등이 포함됐다. 미국 기술 제품을 수입하지 않으면 제품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첨단 기술 분야를 집중 제재한 셈이다.

이번 조치는 미 상무부와 연방수사국(FBI)가 중국의 미국 산업기밀 탈취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단행된 것이다.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현재 우리가 조사하는 사건 중 2000건 이상이 중국 정부가 미국의 정보와 기술을 훔치려 한 사건”이라며 중국이 로봇, 그린에너지, 우주 등 ‘중국 제조2025’ 계획 관련 10개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기술 탈취를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상무부 역시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서비스와 틱톡 등 중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2월 세계 최대 드론 기업인 DJI 등 중국 기술기업에 대한 제재를 잇달아 단행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중국 정부에 협력해 정보 탈취나 인권 침해를 지원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의 잇따른 중국 기업 제재에 “근거 없고 악의적인 낙인찍기”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번 조치가 중국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베이징 겨울올림픽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만큼 중국 정부의 보복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중국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러시아 지원에 나서면서 미-러 긴장의 불똥이 다시 미-중 갈등으로 확산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6일(현지시간) “중국이 (러시아의 침공을) 지원한다면 중국도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