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암 치료 최근 10년간 암환자 2배로 증가… 암 종류에 따라 생존율 큰 차이 표적-면역-대사 항암제 개발되고… 최근 부작용 줄인 방사선 등 나와 “진단부터 재활, 생존자 관리까지… 체계적으로 해야 삶의 질 높아져”
게티이미지코리아
암은 여전히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인간의 삶에 위협적인 질병이다. 2019년 국가암등록통계 자료에 따르면 1999년 10만 여 명이었던 암 발생자 수는 20년이 지난 2019년에는 25만5000여 명으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기대 수명(남자 80세, 여자 86세)까지 살 경우 남자는 약 40%, 여자는 약 36%가 암에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암 신약 개발 노력과 한계
암 생존율은 전체적으로 높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암종에 따라 차이가 크다. 갑상샘암, 유방암, 전립샘암의 경우 생존율이 90% 이상인 반면 췌장암은 13.9%, 폐암은 34.7%, 간암은 37.7% 정도다.
과학 분야 세계 최고의 학술지 중 하나인 네이처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510개의 유방암 종양 조직에서 3만626개의 돌연변이 유전자를 확인했다. 이것은 같은 암종이라도 각각의 암세포는 서로 다른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생했음을 의미한다.
만약 돌연변이에 공통되는 동일한 유전자가 있다면 그 유전자 돌연변이를 억제할 수 있는 약을 쓸 수 있겠지만 유방암에서 보듯 대부분의 암이 다양한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다.
2000년 노바티스는 만성골수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을 개발했다. 특이하게도 만성골수백혈병 환자 95%에서 동일한 유전자 변형을 일으키는 필라델피아 염색체를 발견했다. 글리벡은 이 유전자 돌연변이인 ‘Ber-Aal Kinase’를 억제한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글리벡 같은 성공적인 항암제를 개발하기 위해 연간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만성골수백혈병같이 환자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돌연변이 유전자가 드물어 이 같은 항암 신약 개발은 늦어지고 있다.
표적 치료제, 면역 치료제 연구
폐암을 일으키는 돌연변이 유전자(EGFR, ALK, ROS1 등)를 가지고 있는 환자는 이를 표적할 수 있는 항암제로 치료를 하면 치료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 비소세포 폐암을 일으키는 EGFR 유전자 돌연변이는 서양인의 경우 10∼15%, 동양인은 30∼40%에서 발견됐다. 이를 이용한 ‘이레사, 타세바’ 같은 표적 치료제가 개발됐다. 글리벡이나 유방암 Her-2 표적 치료제인 허셉틴은 상당한 치료 효과를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의 표적 치료제는 돌연변이 유전자가 가지고 있는 다양성과 비정형성, 가변성 등으로 한계가 있다.
그래서 새로운 대안으로 등장한 치료제가 면역 항암 치료제다. 면역 항암 치료제는 면역 세포를 활성화해 암을 치료한다. 보편적 치료법으로서 암 정복에 대한 희망을 주고 있지만 면역세포가 지나치게 활성화되면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있다. 이 밖에도 암 세포의 대사 과정의 특성을 파악해 소위 암을 굶겨 죽인다는 대사 항암제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김영우 국립암센터 연구소장은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암 관리가 비교적 잘되고 있는 편”이라면서 “앞으로는 난치암, 희귀암에 대한 연구 투자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작용 줄인 방사선 치료
방사선 치료는 수술, 항암화학요법 등과 함께 암 치료의 3대 치료 방법 중 하나다. 방사선 치료는 정상조직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방사선에 의한 암세포 사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발전이 꾸준하게 이뤄지고 있다.
인공지능 등 첨단 정보기술(IT)의 도입을 통해 방사선의 세기를 자동 제어하는 ‘세기조절방사선치료(IMRT)’가 보편적으로 적용되면서 방사선 치료로 인한 부작용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또 첨단 양성자 치료, 중입자 치료 등 이전에는 연구개발 차원에서 머무르던 꿈의 방사선 암 치료기들이 속속 임상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양성자 치료와 중입자 치료는 입자 방사선의 독특한 물리적 특성을 이용해 정상 조직에 대한 부작용을 줄인다.
북미 지역에서는 암 환자의 66% 정도가 치료 기간 동안 방사선 치료를 한 번은 경험한다. 아시아에서는 25% 정도의 암 환자가 방사선 치료를 받는다. 방사선 암 치료는 우리나라에서도 방사선 치료 인프라가 서구 수준으로 확충되면서 점점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최소한의 수술로 삶의 질 유지
암 수술도 복강경이나 로봇수술 등 최소침습수술로 수술 후에도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기능 보존에 중점을 두고 발전하고 있다.
이전에는 수술을 할 수 없었던 암 환자도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로 암의 크기를 줄인 후 수술을 진행하는 방법으로 완치율을 높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췌장암, 유방암 등 고형암에서 4기까지 진행돼 수술이 어려웠던 환자가 항암 치료와 병행 치료하면 수술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다발성 전이가 있는 경우에도 수술로 동반 절제가 가능해 기존에는 수술을 포기하고 항암 치료만 하던 환자들에게 희망이 생겼다.
치료 후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고민도 많아졌다. 직장암의 경우 암의 완치도 중요하지만 항문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최근에는 직장암 일부 환자에서 수술을 하지 않고 항암 방사선 치료로 추적검사만 하는 치료법을 사용하고 있다.
위암 수술은 광범위하게 위를 절제한다. 이로 인해 식도를 통과하는 음식물이 소장으로 내려가는 속도가 빨라져 심박출량과 순환 혈액량이 떨어지고 맥박수 증가, 구토, 복통, 메스꺼움, 현기증, 식은땀,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위암을 수술하는 김영우 국립암센터 교수는 상부에 생긴 위암 절제에서 발생하는 위식도 역류를 줄일 수 있는 ‘SPADE 수술법’을 개발했다. 최소 절제로 식도와 위를 이어줘 부작용을 최소화 하는 방법이다.
암 생존자가 늘어나면서 건강한 삶을 위한 체계적인 암 생존자 관리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은 “암 정복을 위해서는 진단,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와 함께 치료 후 암 재활 및 생존자 관리가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생존 후에도 삶의 질이 좋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