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신항에 접안한 선박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2022.1.21/뉴스1
글로벌 공급 차질로 인해 우리나라 수출 기업의 재고가 당분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로 인해 수출 기업들이 수익성 악화와 생산·투자 활동 위축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8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 최근 공급차질 및 감염병 상황이 제조업 재고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서 국내 제조업의 가파른 재고 증가 원인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내놨다.
이 보고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회복 과정에서 수요가 가파르게 늘면서 공급 부족 사태가 빚어졌는데도, 되레 국내 제조업 재고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짚었다. 지난해 3분기 재고 증가율은 2012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으며 제조업 경기 판단에 주로 활용되는 ‘재고/출하’ 비율도 크게 상승했다.
향후 글로벌 생산차질과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완화되고 감염병 상황이 개선될 경우에는 국내 제조업 재고 흐름이 안정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자동차, IT기기 등 최종재의 생산이 늘어나면 우리나라 반도체, 차량용 부품, 강판 등 중간재의 재고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4분기 이후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차량용 반도체 생산 차질이 다소 완화되면서 국내 자동차 생산과 수출도 회복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 보고서는 “전세계적으로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고 있는 점은 국내 제조업 재고의 정상화를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감염병 확산세가 심화되면서 글로벌 공급 차질의 해소가 지연될 경우 국내 재고도 당분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이처럼 재고 증가세가 상당기간 이어진다면 국내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생산과 투자 활동이 위축될 우려도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재고 방식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기존에는 기업들이 비용 최소화가 목적인 ‘적시생산’(just-in-time) 방식으로 재고를 관리해왔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비상상황에 대비해 재고를 미리 축적하는 ‘예비용 생산’(just-in-case) 방식으로 전환해 가는 움직임이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