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수천 년 인류 건강 지켜온 신비로운 香치료의 세계

입력 | 2022-02-09 03:00:00

아로마세러피
식물 고유의 향 활용하는 향기 치료… 약용식물 꽃, 가지, 뿌리, 과일 등서
식물 강하게 만든 성분 뽑아내 사용
고대 이집트 때부터 사랑받아… 페퍼민트, 로즈메리, 타임, 클로브
흑사병 예방과 여인 화장수로 활용




향기를 맡고 특정 기억이 떠올랐거나 기분 좋아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향기는 후각을 통해 우리 몸에 들어와 영향을 준다.

입춘(立春)이 지나고 천천히 봄이 오고 있지만 싱그러운 봄 향기를 느끼는 것도 조심스러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다. 기분전환을 위해 다양한 아로마 향기로 일상을 채워보는 것은 어떨까.


수천 년간 사랑받은 약용식물의 치유효과


아로마세러피(향기요법)는 향이 있는 식물을 사용하는 치료법이다. 후각은 다른 감각과 달리 뇌와 직접 연결돼 있다. 향기를 맡으면 향기분자가 후각수용체와 결합해 전기신호 형태로 뇌의 편도체와 해마에 전달된다. 편도체는 감정표현을 담당하며 해마는 기억을 관장하는 부위다. 향기를 맡으면 추억이 되살아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특히 후각수용체는 코는 물론 피부, 위장, 심장 등에도 존재한다. 향기가 우리 몸 곳곳에 전달돼 치유효과를 낼 수 있는 이유다.

아로마세러피는 의술이 발달하기 훨씬 이전부터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사용돼 왔다. 유래는 고대 이집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문헌에 따르면 이집트인들은 미라의 방부처리, 종교의식과 여인들의 화장수에 향을 이용했다. 중국이나 인도에서도 향을 이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중세를 거치면서 향은 치료 수단으로 사용됐다.

아로마세러피는 국내에서도 이미 수천 년 동안 사용해왔다. 한 번씩은 먹어봤을 한약, 탕약들도 어찌 보면 아로마세러피의 일종이다. 한약재는 몸의 질병을 치유하거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약용 성질이 있는 식물을 이용한다. 한약과 아로마는 같은 약용식물에서 얻어지지만 추출 방식에 차이가 있다.

아로마는 식물의 꽃과 가지, 잎, 뿌리, 과일과 씨앗 등에서 증류를 하거나 냉·압착해서 추출한 약용 성질이 있는 휘발성 물질이다. 이렇게 약용 성질을 품고 있고 추출이 가능한 식물은 전체 식물의 10%에 불과하다. 아주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내야 하기 때문에 각종 바이러스와 진균, 박테리아를 이겨내야 한다. 초식동물의 공격을 물리쳐야 하고 경쟁 식물의 발아를 막아야 한다. 또한 곤충을 유혹해 화분을 퍼뜨리기도 해야 한다. 이렇게 식물을 강하게 만드는 성분을 추출해 사람에게도 이로운 약제로 쓰거나 세러피로 활용한다.


진통·류마티즘 개선… 다양한 허브의 효능


뾰족한 가면을 쓴 기괴한 모습의 중세시대 의사.

‘역병의사’라고도 불리는 중세시대 의사는 뾰족한 가면을 쓴 기괴한 모습이다. 코로나19와도 비교되는 흑사병은 당시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 당시에 공기를 통해 균이 감염된다고 믿었고 감염 후 사망자 수를 세어보고 부검을 맡았던 의사들은 새부리처럼 생긴 마스크 안에 허브를 넣어 호흡하는 방식으로 마스크 안 공기를 정화했다. 마스크 끝에 넣은 약 55가지의 허브 중 몇 가지는 지금도 널리 활용되고 있는 아로마다. 페퍼민트, 타임, 클로브, 미르, 로즈메리 등 일부는 프랑스에서 의사와 약사의 처방전에도 쓰인다.

페퍼민트는 고대 이집트, 로마시대 때부터 약용으로 많이 사용했다. 진통, 가려움증, 소독, 장내 가스 제거, 소화불량에 매우 효과적이다. 코가 막혔을 때 페퍼민트의 향을 맡으면 코가 뻥 뚫리기도 한다. 또 얼음과 같은 차가운 느낌을 줘 열이 있을 때 쿨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두통이나 편두통이 있을 때는 머리의 가장 윗부분에 찍어 바르거나 뒷목의 근육에 발라 청량감을 줄 수 있다. 근육의 경련이 있을 때는 페퍼민트를 바르고 흡수시켜주면 시원하면서 경련이 잦아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천식이나 감기증상을 완화시키고 호흡을 도와준다.

14세기 헝가리의 엘리자베스 여왕.

14세기 헝가리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애용하던 화장수는 ‘헝가리워터’다. 당시 70세였던 엘리자베스여왕은 여러 질병에 시달렸고 수도원의 수도사가 만들어 바친 화장수를 사용했다. 화장수는 수족마비, 통풍을 치료하는 데 사용됐고 그 효과는 아주 놀라웠다고 한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헝가리워터를 온몸에 바르기도 하고 입욕제, 화장품으로도 사용했다. 전해지는 이야기로 헝가리워터를 사용한 엘리자베스 여왕은 지병이 나았을 뿐만 아니라 더 아름다워져서 72세에 폴란드의 국왕으로부터 청혼까지 받았다고 한다. 그때 폴란드 국왕의 나이는 40대였다. 당시 사용한 헝가리워터의 주재료는 로즈메리, 시더우드다. 오늘날에는 더 다양한 재료들을 이용해 헝가리워터를 만들고 있다.

로즈메리오일은 관절염과 류머티즘을 일으키는 관절에 효과가 매우 좋다. 근육의 통증을 완화시켜주기도 한다. 순환이 잘 안 돼 생기는 수족냉증 개선 효과가 있고 기관지염이나 부비강염, 천식 등에도 사용한다. 저혈압이라면 혈압을 올려주고 이뇨작용을 도와 부종형 비만에 사용할 수 있다. 간 보호의 성질이 있고 담즙 분비를 촉진해준다. 요리에 사용하기에도 좋은 재료이다. 샴푸에도 로즈메리추출물이 사용된다. 로즈메리는 머리카락의 성장을 돕고 조기 탈모를 막아준다.




안전하고 쉬운 아로마 활용법



아로마오일은 잘 사용하면 약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작은 병에 담겨 있는 에센셜오일은 100% 퓨어, 즉 고농축된 오일이다. 따라서 에센셜오일을 활용할 때는 식물오일과 적당한 비율로 섞어 써야 안전하며 음용하는 것은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이 필요하다. 가장 쉽고 안전하게 사용하는 아로마 활용법을 소개한다.

인헤일러

간편하게 만들어 사용할 수 있는 아로마스틱이다. 스틱 안에 아로마오일을 흡수하는 필터가 있다. 필터에 필요한 오일을 몇 가지 떨어뜨려 호흡하면 된다. 주로 유칼랍투스, 페퍼민트, 티트리 등 호흡기세러피, 신경을 완화해주고 감정을 다스려주는 감정세러피, 집중력을 높여주는 세러피에 유용하게 쓰인다.

반신욕


림프순환, 혈액순환,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아로마를 몇 방울 욕조에 떨어뜨려 반신욕을 하면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된다. 용도별로 아로마 블렌딩이 돼 있는 제품들도 시중에 많이 출시돼 있다. 용도에 따라 주 1∼2회 정도 아로마 반신욕을 하는 것이 좋다.

디퓨저

아로마오일 전용 전기 발향기를 사용해 은은하게 공기 정화를 하는 것도 쉽게 아로마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목적에 따라 항균, 항바이러스, 면역강화, 긴장이완, 악취제거 등 다양하게 블렌딩한 아로마를 사용하면 된다. 단, 오랜 시간 연속적으로 발향하거나 너무 자주 발향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불면증

불면증이 있다면 아로마오일을 활용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라벤더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발레리안, 패티그레인, 바질, 레몬밤, 네롤리 등의 블렌딩 오일은 예민해진 신경을 부드럽게 완화시켜주고 스트레스 해소를 도와 깊은 잠에 빠질 수 있게 해준다.


도움말 장은경 에스쁘리덤 본부장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