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중국 베이징 수도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경기에서 황대헌이 질주하고 있다. 황대헌은 레인 변경이 늦었다는 이유로 실격됐다. 2022.2.7/뉴스1
지난달 출국을 앞두고 만난 황대헌(23·강원도청)에게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최국 중국의 ‘안방 텃세’가 걱정되지 않느냐 물은 적이 있다. 황대헌은 “그런 걱정보다는 지금 훈련을 견뎌내는 게 더 큰 일”이라며 웃고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상대와의 충돌, 심판 판정 등 많은 변수가 야속하지는 않느냐는 물음에 “그런 변수 또한 경기의 일부다. 변수가 많은 만큼 성공했을 때 더 강한 성취감을 느낀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우려는 현실이 됐다. 7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실내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선을 1위로 마쳤지만 심판의 납득할 수 없는 판정이 나오면서 실격 처리됐다. 한국 선수단 대회 첫 금메달의 꿈이 사라졌다.
누구보다 충격이 컸을 황대헌은 애써 마음을 다잡고 있다. 경기 뒤 “나중에 하겠다”고 짧게 답하며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빠져나간 황대헌은 이날 밤 늦게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심경을 밝혔다. 미국프로농구(NBA)의 전설적인 스타인 마이클 조던의 명언인 ‘장애물을 마주했다고 반드시 멈춰서야 하는 건 아니다. 벽에 부딪힌다고 돌아서거나 포기하지 말라. 어떻게 벽을 오를지 뚫고 나갈지 또는 돌아갈지 생각하라’는 글을 올렸다. 남은 경기에서도 나올 수 있는 예기치 못한 상황을 실력으로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황대헌은 남은 남자 500m, 1500m, 5000m 계주 등에서 다시 한 번 메달에 도전한다. 9일 열리는 남자 1500m는 한국 선수단이 5개 대회에서 3개의 금메달을 딸 정도로 강세인 종목이다.
결선을 1위로 통과하고도 옐로카드를 받아 실격된 헝가리 리우 샤오린 산도르(27)는 대신 금메달을 얻게 된 렌 지웨이(25)에게 축하를 보내며 “쇼트트랙은 아름다운 스포츠. 나는 더 열심히 영리하게 훈련할 것”이란 글을 남겼다. 오히려 그의 동생이자 1000m 동메달을 딴 리우 샤오앙(24)이 형 사진과 함께 “챔피언을 영원히 존경한다”는 글을 올리며 판정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