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기업 GFFG, 포장 도넛 알리려 트렌드 민감한 포토그래퍼 등 공략 입소문 나면서 톱스타 등 매장 방문… 일러스트 작가와 캐릭터 만들어 인형-문구류 등 굿즈 판매 매출 확대, 식품-유통 업체와 협업 제품 선보여 대기동선에 포토부스 등 공간 설계… 줄 서기도 긍정적 경험으로 바꿔
식음료 기업 GFFG가 운영하는 카페 노티드가 롯데제과와 협업해 출시한 ‘쁘띠 몽쉘 몽블랑 케이크’는 전국 편의점과 마트에 유통되며 고객층을 확장시켰다(위쪽 사진). 카페 노티드의 도넛은 크림이 가득하고 달지 않아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GFFG 제공
서울 강남구 신사동 도산공원 인근의 한 카페에는 오픈 시간인 오전 9시부터 손님 수십 명이 줄을 선다. 이들이 손에 들고 나오는 물건은 바로 도넛.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면 맞은편 수제 버거 가게에도 긴 줄이 이어진다. 손님들은 대학생부터 어린아이를 동반한 젊은 부부까지 대부분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다. 맛집 탐방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이미 상호를 눈치챘을 터. 카페의 이름은 ‘카페 노티드’, 수제 버거 가게의 이름은 ‘다운타우너’다.
두 브랜드 모두 식음료(F&B) 기업 GFFG의 작품이다. 2014년부터 식당 사업을 시작한 이준범 대표는 2018년 브랜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GFFG(Good Food For Good)를 설립했다. 이후 GFFG는 매년 2배씩 매출이 성장하고 있으며, 특히 카페 노티드의 도넛은 매일 생산 가능한 최대치까지 만들어도 재고가 없어 못 팔 정도다. GFFG는 어떻게 MZ세대가 줄 서서 방문하는 맛집을 만들 수 있었을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2년 1월 2호(337호)에 실린 GFFG의 리테일 및 마케팅 전략을 요약해 소개한다.
○ 인플루언서 사이 입소문
디저트 전문 카페로 기획된 카페 노티드는 2017년 도산공원 옆에 첫 매장을 낼 때부터 손님이 많았다. 그러나 자리 회전이 빨리 이뤄지지 않다 보니 애써 찾아온 손님들이 발길을 돌리는 일이 허다했다. 매출은 제자리걸음이었고 임차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고객들이 꼭 자리를 차지하지 않아도 되는 포장 메뉴를 고민했고 도넛을 아이디어로 내기에 이르렀다. 카페 노티드의 도넛은 크림으로 가득 차 있지만 많이 달지 않아서, 여러 개를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다는 게 장점이다. 새로운 도넛 상품을 알리기 위해 먼저 패션 마케터, 포토그래퍼 등 ‘인플루언서들의 인플루언서’를 공략했다. 이들은 연예인이나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들과 협업하고 인플루언서들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트렌드를 주도한다. 불특정 다수 혹은 인플루언서 개개인보다 이들을 공략하는 편이 훨씬 빠르고 넓게 도넛을 홍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10년 경력의 패션 마케터 출신인 허준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화보 촬영 현장 등 인플루언서들이 모이는 자리에 도넛을 보냈다. 도넛을 알리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이들을 대상으로 도넛의 흥행 가능성을 테스트하려는 의도도 컸다.
○ 신선한 협업으로 고객 확대
식음료 업계는 트렌드가 전파되는 속도가 빠르며 원조 맛집을 빙자한 유사 업체들도 쉽게 생겨난다. 식음료 기업이 명성을 얻은 후에도 다양한 시도를 통해 꾸준히 브랜드의 정체성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GFFG는 일러스트 작가, 타 브랜드 등과의 컬래버레이션으로 브랜드의 신선함을 환기하고 고객층을 넓히고 있다. 카페 노티드의 대표 캐릭터인 슈가베어는 일러스트 작가 이슬로 씨와의 협업을 통해 탄생했다. 밝고 귀여운 캐릭터를 통해 아이들도 좋아하는 카페의 이미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캐릭터는 사업 확장의 근간이 되기도 한다. 카페 노티드는 슈가베어가 그려진 인형, 문구류 등 굿즈를 판매하는데 이런 상품이 2021년 기준으로 카페 전체 매출의 5%를 차지하게 됐다.GFFG는 롯데제과, 오리온, GS25, 삼성전자, 무신사 등 다양한 기업과 협업 제품 및 이벤트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롯데제과와 함께 출시한 ‘쁘띠 몽쉘 몽블랑 케이크’, 오리온 및 GS25와 출시한 ‘유어스 다운타우너X스윙칩’ 등 식품 제조업체 및 유통업체와의 협업 제품은 GFFG의 고객층을 전국으로 넓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 색다른 경험 살리고 불쾌한 경험 줄여
GFFG는 매장 내에서의 고객 경험을 고도화해 팬데믹에도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GFFG의 모든 브랜드는 ‘미국의 맛’을 표방한다. 이 대표가 16년간 미국에서 유학하며 일상적으로 먹었던 버거, 피자, 도넛 등의 음식들이 브랜드와 메뉴 개발의 영감이 된다. 예컨대 미국에서 즐겨 먹던 아보카도가 한국에서는 생소한 재료라는 점에서 착안해 다운타우너의 시그니처 메뉴로 아보카도 버거를 개발한 결과,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에서 먹어 본 버거 중 가장 미국 버거에 가깝다고 평가하는 외국인 고객들의 후기도 잇따랐다. 허 CMO는 “GFFG의 미국적인 색깔이 MZ세대에게 색다른 경험으로 다가온 것”이라고 설명했다.많은 고객들이 불쾌하다고 평가하는 웨이팅, 즉 줄 서기도 긍정적인 경험으로 바꿀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 대기 순번을 자동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더운 날에는 매장 밖 대기 줄에 양산과 얼음물을 비치하고, 추운 날에는 핫팩을 두는 등 대기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고객들의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또 대기 동선에 포토 부스를 설치하거나 예쁜 굿즈들을 비치하는 등 다양한 경험 공간을 설계함으로써 줄 서기를 하며 체감하는 ‘심리적 시간’을 줄이고 있다.
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