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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여야정 추경 충돌… 文 남 얘기하듯 말고 직접 정리하라

입력 | 2022-02-09 00:00:00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여야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안 증액 규모를 놓고 충돌하고 있다. 정부가 1월 편성한 14조 원 규모의 추경안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35조 원으로 늘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50조 원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제 국회 상임위 예비심사에선 40조 원 증액안이 의결되기도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국회 예결위에서 “35조 원, 50조 원 규모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말씀을 명백히 드린다”고 했지만 힘에 부치는 모양새다.

이번 추경은 현 정부 들어 10번째, 코로나 이후에만 7번째다. 3년 연속 선거 직전 추경을 편성하는 기록도 세웠다. 회계연도가 새로 시작되는 1월에 추경을 편성한 것은 6·25전쟁 중이던 1951년 이후 71년 만이다. 코로나 장기화라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3·9대선이 없었다면 이처럼 무리하게 ‘1월 추경’을 편성하지도, 여야가 수십조 원 증액 경쟁을 벌이지도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여야 및 정부의 입장이 마구 뒤엉킨 혼란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신속한 지원이 생명”이라며 국회 협조를 당부했다. 이어 “국회 심의과정에서 사각지대 해소 등 합리적인 대안에 대해서는 성심껏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35조, 50조 원 등 여야가 추경 증액 액수를 남발하고 있는 데 대해선 일언반구 없이 ‘신속 처리’ ‘합리적 대안’이라는 두 가지 모호한 메시지만 내놓은 것이다.

‘1월 추경’ 편성의 적절성을 놓고도 비판 여론이 큰데 한두 푼도 아니고 한 번에 수십조 원을 증액하라는 여야의 경쟁적 요구는 황당할 정도다. 오죽하면 일부 증액을 내비쳤던 김부겸 총리도 “몇십조 원이 어디서 한꺼번에 툭 떨어지는 건 아니지 않으냐”고 항변했겠나.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에 대한 피해 지원은 시급하고 절실하지만, 재정이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 채무가 늘어나든 말든 무조건 증액 방법을 찾아내라는 것은 겁박에 가까운 행태 아닌가.

실제로 여당 대선주자가 추경 증액을 반대하는 홍 부총리를 향해 “월권” “대의민주주의 부정”이라고 비판하고, 일부 의원들은 “탐관오리” “민생 능멸” 등 극언을 퍼붓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국회는 예산심사권을 갖고 있지만 정부는 엄연히 증액 동의권을 갖고 있다. 홍 부총리만 욕받이로 세워놓고 ‘합리적 대안’ 운운하며 일부 증액 타협안을 만들라는 듯한 태도는 무책임하다. 곳간을 탈탈 털고 떠날 작정이 아니라면 문 대통령이 좀 더 분명하게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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