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하게 뒈져버렸으면 좋겠어. 꺼져 창녀야. 멍청한 ××.” 2017년 한 강연장에 선 할리우드 여배우 애슐리 저드의 입에서 저속한 욕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외모와 작품에 대해 자신이 받았던 악성 댓글들이었다. 하나씩 담담히 읊어나가던 목소리가 어느 순간 흔들렸다. 소셜미디어에서 거의 매일 이런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며 그는 울먹였다. 셀럽 피해자가 직접 공개한 대표적인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 사례였다.
▷온라인상 괴롭힘과 따돌림을 뜻하는 사이버 불링은 쉽게 개선되지 않는 고질병이다. 최근에는 BJ 잼미와 배구선수 김인혁이 악플의 고통을 호소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2019년 가수 설리와 구하라, 2020년 배구선수 고유민의 자살에 이은 또 다른 충격이다. 사이버 불링은 교묘하게 방식을 바꾸며 되레 공격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유명인의 사건, 사고를 자극적으로 짜깁기해 반복 재생하는 ‘사이버 레커’ 동영상의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도 늘어났다.
▷인지도가 높은 연예인이 주공격 대상이지만 일반인도 그 집요한 공격을 피해가기 어렵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인터넷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사이버 불링 사례도 많아지는 추세다. 2020년 방송통신위원회 조사에서 성인의 사이버폭력 경험률은 전년보다 11.1%포인트 늘어난 65.8%에 달했다. 지금도 누군가의 모바일폰에서는 ‘떼카’(단체방에서 떼로 욕설), ‘카따’(카카오톡 왕따), ‘방폭’(대화방 초대 후 혼자 남겨두는 따돌림), ‘카톡감옥’(대화방에서 나가지 못하게 막고 공격)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2020년 이후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10대 청소년의 사이버 불링이 70%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와 있다.
▷인터넷 공간은 멀쩡한 사람도 익명의 가면 뒤에서 사이버 불링의 유혹에 빠지게 만드는 함정이다. 지난해 한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의 조사에서는 성인의 69%가 온라인에서 공격적 언어를 사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철저한 규제와 시스템 관리만큼 사이버 불링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 제고가 절실하다. 댓글 하나가 치명적인 살인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 사이버 불링은 죽음을 부르는 범죄가 된다는 인식 말이다.
이정은 논설위원 lightee@donga.com